[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3월 만기 그리스 단기물 국채에 ‘사자’가 몰려 주목된다.
그리스는 오는 3월 국채 만기 때까지 유럽연합(EU)와 국제통화기금(IMF)한테서 300억유로(38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아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11일(현지시간)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는 이른바 트로이카의 지원이 없으면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절박한 위기를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간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추가 구제금융이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디폴트 리스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의 투자가들이 그리스 단기물 국채에 투자한다는 것은 ‘모 아니면 도’ 식의 한탕주의 투기 거래의 외줄을 타는 행태로 보인다.
◆ 시한폭탄 그리스 국채, 누가 그리고 왜 사나
JP모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기관 투자자가 보유한 그리스 국채 규모가 80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그리스의 단기물 국채는 1달러당 40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장기물의 가격은 20센트에 불과, 단기물이 두 배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다 하더라도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그리스 단기물 국채에 투자자들이 적극 베팅하는 이유는 적어도 3월 디폴트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EU가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스에 다시 한번 구명의 밧줄을 내려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한 비용을 납세자들의 혈세로 충당, 결국 구제금융 시행에 따라 그리스 국채가 가파르게 오르면 투자자들이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길 것이라는 계산이다.
듀크대학의 국채 전문가 미투 쿨라티는 “투자자들이 3월 이전에 그리스가 디폴트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 투기거래 ‘쪽박’ 가능성 농후
하지만 그리스가 사실상 파산을 맞은 가운데 이같은 국채 거래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듀크대학의 미투 굴라티는 “그리스 국채의 투기적인 매입이 민간과 그리스 정부의 채무조정 협상을 지연시키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투기 거래자들이 점치는 것처럼 민간 채권단의 손실 부담을 강제 조항으로 설정하는 문제 역시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IMF의 손실율 상향 압박도 투기적인 베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손실율 상향 움직임은 민간 채권단이 50% 헤어컷에 동의하더라도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리스 정부와 EU가 민간 채권단의 손실 부담을 강제 조항으로 포함시키는 강경책을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 경우 채권단 손실이 비자발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며, 신용부도스왑(CDS) 행사가 봇물을 이룰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이 디폴트에 따른 충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EU 정상들은 CDS 행사를 방지하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 그리스 막판 타결 이뤄질까? 시계는 아직 제로(0)
그리스는 민간 채권단이 50%의 자발적 손실을 떠안고 보유중인 국채를 장기물로 교체하는 이른바 민간부문참여(PSI)를 놓고 수개월째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협상 초기 민간 채권단의 손실상각, 이른바 ‘헤어컷’이 순조롭게 진행될 조짐을 보였다.
약 2000억유로의 채권을 보유한 유럽 대형 은행이 디폴트보다 손실을 부담하는 편이 낫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또 각국 정부의 압박도 협상 타결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세부안을 놓고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대형 은행들이 채권단이 보유중이던 그리스 국채를 매각했고, 헤지펀드를 포함해 이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헤어컷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 부문의 손실 부담은 오는 2014년까지 그리스의 자금조달 비용을 최대 1000억유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을 현재 143%에서 2020년까지 120%로 떨어뜨릴 전망이다.
향후 3년간 그리스가 확보해야 하는 1990억유로의 외부 수혈에 민간 부문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이미 독일 보험사인 탈랑스와 스페인 소재 헤지펀드 베가 애셋 매니지먼트가 공식적으로 헤어컷 불참 의사를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그리스의 채무조정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