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사모펀드(PEF) 업계의 불황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보유 기업의 매각과 기업공개(IPO)가 난항을 겪는가 하면 레버리지 확보 역시 예전 같지 않다. 투자수익률도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위축되는 양상이다.
사모펀드는 대학기금과 연기금, 기타 기관 투자가의 자금이 크게 맞물려 있어 최근 상황은 투자 업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부채위기까지 맞물리면서 사모펀드 업계가 전반적인 쇠락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조사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인수는 지난해 3분기 613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25% 감소한 데 이어 4분기 역시 567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사모펀드에 유입되는 투자자금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리서치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레버리지 비중이 2010년 57%에서 지난해 49%로 줄었고,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대규모 기업 인수에 현금 자산을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오레곤 퇴직연금의 제이 퓨얼 매니저는 “일부 펀드는 민간 자본을 확보하지 못해 고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0년간 KKR을 포함한 바이아웃 펀드에 15억달러를 투자한 그는 연초 KKR이 자금 모집에 나섰을 때 5억달러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기존의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전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펀드는 기존의 투자 기업을 매각하거나 IPO를 통한 자금 회수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순조롭지 않다.
투자수익률이 위축되는 한편 신규 매입하는 자산은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 사모펀드 업계를 이중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04~2008년 출범한 펀드는 지난해 상반기 5.3~10.9%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수익률에 준하는 성과지만 이전 5년간 수익률 14.8~29.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수익률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기존에 확보한 자금이 5000억달러에 이르며, 이를 굴릴 투자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된 사모펀드가 자산을 고가에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에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을 기준으로 평균 9배의 프리미엄을 치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정점인 9.7배에 바짝 근접한 수치인 동시에 2000년 초반의 프리미엄인 7배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아벤티스의 데이비드 무사퍼 공동 회장은 “최근 기업 인수의 30~40%는 레버리지 없이 이뤄졌다”며 “차입매수(LBO)를 포함한 과거의 전략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