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갓 건조한 배에 막무가내로 손님을 태울 순 없죠. 테스트기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출발은 최소한의 짐을 싣는게 맞다고 봅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새롭게 바다에 띄우는 배로 비유했다. 아직 실제로 물에 띄워보지 않아서 안전도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운용업계는 5000억원 수준의 초기 헤지펀드 시장을 기대했으나 실제로 출시된 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490억원 수준. 기관투자자의 시딩(Seeding)을 받은 상품은 전무했다. 검증되지 않은 상품에 자금을 싣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업계는 아쉬움은 있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트랙레코드가 없는 상품에 기관투자자의 돈이 들어올리 만무하다는 것.
"연기금의 자금 성격은 국민의 혈세로 구성된 만큼 운용의 안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안정적인 트랙레코드만 보여준다면 기관투자자들의 시딩도 문제없이 진행될겁니다"
헤지펀드의 초기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수익률이 좋아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한 추가적인 자금모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1호 헤지펀드 상품끼리의 지나친 수익률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운용사 관계자는 "초기 자금유치를 위해 수익률 1%를 올리기 위해 경쟁하다간 제대로된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없다"며 "트랙레코드의 방점은 안정적인 운용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 역시 "트랙레코드가 없어 아직 헤지펀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리스크 관리 등 운용의 안정성을 지켜본 뒤 상반기 이후에나 자금집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프라임브로커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리스크관리를 비롯해 자산수탁, 신용공여, 전략자문 등 성공적인 운용을 위한 기반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것이 프라임브로커인 증권사의 역할이기 때문.
현재 프라임브로커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우리투자증권. 하지만 국내 프라임브로커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취약한 상황이다.
B운용사 관계자는 "초기 헤지펀드 시장은 프라임브로커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프라임브로커와 동반 성장할 수 있어야겠지만 이들 역시 시행착오의 시간은 거쳐야만 안정적인 백오피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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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