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의원회관 게시판에 붙어있는 십수건의 출판기념회 안내물들. |
출판기념회는 보통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 시즌을 앞두고 의원들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권자나 젊은 층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소통을 강조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 출판기념회 개최 목적은 조직과 자금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일차적인 목적은 선거에 대비한 조직구축이다. 본인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홍보물을 만들고 조직이나 세력을 구축하고 정비하기 위한 행사라는 의미다.
이차적인 성격은 정치후원금 모금이다.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각계로부터 1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챙길 수 있는 짭짤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과 기업 간 경조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출판기념회의 방명록에는 각계 인사들과 기업 대국회·대정부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의 이름이 망라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출판기념회에 다녀온 한 국회의원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책을 사주려면 한권 들고 오면서 10만원 쯤 내고 오게 된다"며 "출판기념회는 정치 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개인비용으로 내게 된다"고 말했다.
◆ “출판기념회 '곱절'은 남는 장사”
최근 출판기념회를 끝낸 한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나름대로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자평한다. 각계 반응이 좋아서 정책 콘텐츠를 보강한 후속편까지도 만들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특히 보좌진들의 업무 부담이 아주 컸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준비할 시간이 대단히 촉박했다는 점"이라며 "행사를 치르는 것까지 전체 인력이 며칠 밤을 야근을 불사하면서 결국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고 자체를 편안하게 큰 수고를 들이지 않는 내용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의원께서 그런 요식행위를 싫어했다"며 "그래서 기존과는 다른 새롭고 도전적인 내용으로 준비하다보니 원고를 완성하고 제본까지 일정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경우와는 달리 대부분 정치인들의 저술은 현실적으로 대필작가를 통해 원고가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출판기념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드는 전체적인 비용은 대략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치인 저술 전문 출판사가 많이 있어서 원고부터 제본까지 원스톱으로 해주는 서비스까지 나왔다. 원고료에 인쇄비와 제본비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별도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의원실 보좌관들은 국회의원들이 책을 낼 때 드는 가장 큰 비용은 역시 원고료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싼 가격에 대필작가를 고용한다 해도 원고료가 최소 1500만원은 들며 이름 있는 A급 작가에게는 최소 300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출판기념회를 했다고 책이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는 만든 책이 팔리지 않고 쌓여서 보관돼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국회의원 사무실 복도에는 미처 팔리지 않은 책들이 쌓여 보관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없음) |
◆ 진화하는 출판기념회…콘서트에 강연까지
최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게시판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보면 출판기념회도 이색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3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나는 꿈을 노래한다' 출판기념회를 미니콘서트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콘서트와 출판기념회를 접목시킨 형태의 새로운 출판기념회다. 박 의원은 기타를 들고 나와 직접 2~3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도 '진수희가 풀어내는 복지이야기'라는 주제로 '스마트 복지' 출판기념회를 연다. 최근 국회에서 영화 '도가니' 상영회를 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복지 정책과 관련, 유권자와의 직접적인 정책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강연 500회 돌파를 기념해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고승덕의 ABCD 성공법’이라는 책을 내고 다음달 5일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출판기념회의 내용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강연 형태를 띨 전망이다.
한 보좌관은 "최근 추세를 보면 아무래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더 많이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더 많은 정치후원금을 걷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출판기념회가 양극화를 부추긴다고?
하지만 일각에선 출판기념회가 암묵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세력을 과시하는 선거운동의 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대부분의 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열만한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돈 있는 정치인만이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정치의 ‘부익부빈익빈’, 즉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의원은 "출판기념회가 과도한 경우에는 올바른 정치문화 확립을 저해할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총선을 앞둔 시점이 아닌 임기 초중반에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정치자금법 상에서 출판기념회를 규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축하금의 형태이기 때문에 정치자금과는 무관한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정치신인의 경우에도 정계입문을 알리고 후원금도 걷는 목적으로 출판기념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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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