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주체사 C&I레저산업 이재현 회장 가족 회사라 더욱 '고민'
-인천시 '골프장 제외한 개발' 제안
-CJ그룹, 이번엔 내심 기대..'당혹'
-"골프장 제외, 사업성 없다"..결론은?
-오너 투자 사업 포기하기도 '난감'
[뉴스핌=이강혁 기자] CJ그룹이 인천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승인권자인 인천시가 최근 "골프장 건설 계획을 제외하고 관광단지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굴업도 관광단지 조성에서 골프장이 빠지면 사업성이 없다며 수년째 개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CJ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굴업도 오션파크 사업은 이재현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C&I레저산업이 맡고 있는터라 결국 사업진행여부는 이 회장의 결단에 달린 셈이다. C&I레저산업은 이 회장을 비롯해 그 가족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다.
지난해, 개발 불가 의견이 나오면 향후 재시도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1보 후퇴, 2보 전진'의 자진 철회를 선택한 CJ. 이번에는 '골프장 제외'라는 인천시의 제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쏠린다.
◆ CJ, 이번엔 내심 기대..인천시 "골프장 제외"
29일 CJ그룹과 인천시에 따르면 CJ그룹 계열사인 C&I레저산업은 지난달 옹진군에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신청서'를 냈다. 옹진군청은 이후 지난 8일에 이 신청서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CJ의 이번 신청서 제출은 지난해 사업 철회서를 제출한지 1년 만의 재시도다. 옹진군 지역 민심이 CJ의 굴업도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천시는 이 같은 CJ 측의 신청에 대해 다음달 중순 예정된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CJ의 계획대로 사업 진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가 "친환경 측면을 고려해 골프장을 제외하고 숙박시설 등 사업규모를 축소해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빠지면 사업성 자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CJ로서는 이번 신청서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게 된 셈이다.
사실 CJ는 이번 신청서 제출에 내심 기대감이 높았다. 지역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큰데다, 개발 계획도 당초보다 크게 축소된 변경안을 신청서에 담았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이번 신청서에는 관광단지 면적을 기존 계획인 172만㎡(52만평)에서 120만㎡(36만평)로 축소하고, 골프장 건설도 정규 18홀(15만평)에서 '9홀+파3 9홀'(13만평)로 변경했다.
CJ는 인천시의 제안을 두고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심의를 그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골프장 건설 계획을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할지, 혹은 자진해서 신청서를 철회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할지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CJ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인천시의 제안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내부적으로 현재 논의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 오너 투자 얼만데..골프장 포기 없다?
CJ의 굴업도 사업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당초 2012년까지 약 3000억원을 들여 18홀 골프장과 호텔, 해양리조트, 워터파크 등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C&I레저산업은 2006년부터 굴업도 땅을 매입해 전체 부지 172만㎡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인천지역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생태파괴 우려로 극심한 반발에 부딪쳤다. 골프장 건설이 가장 큰 쟁점이다.
CJ 측이 지난해, 골프장은 14홀로 축소하고 개발 기간을 2014년으로 늘리는 등 새로운 변경안을 들고 인천시 설득에 나섰지만 롯데그룹의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과 맞물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특히 송영길 인천시장이 시장후보자 시절 굴업도 골프장 개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고, 공약으로 굴업도가 포함된 덕적군 일대 골프장 개발이 불가능하도록 국립공원 지정을 내세우기도 했었다는 점에서 CJ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CJ의 이번 신청서 제출에서도 인천시는 골프장 건설 만큼은 사실상 불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CJ로서도 굴업도 개발 사업에서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굴업도는 하루에 이동하기 어려운 지리적 특성상과 1년에 150여 일 밖에는 배가 들어갈 수 없는 기상상황 등으로 골프장이 배제될 경우 체류형 고객 유치가 어렵다는 게 그룹 안팎의 판단이다.
골프장 건설이 안될 경우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그동안 이 사업을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굴업도 땅을 매입하는 등 들어간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C&I레저산업은 이재현 그룹 회장 일가가 대주주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장이 42.11% 지분율을, 그의 아들인 이선호 37.89%, 딸인 이경후 20% 등 100% 지분이 오너의 소유다.
재계 관계자는 "CJ 입장에서는 골프장 조성과 콘도업, 부동산개발 등 사실상 굴업도 사업을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오너의 자본까지 투자된 상황"이라면서 "골프장을 제외하고 사업성 없는 개발을 진행하기도,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포기하기도 난감한 입장에서 처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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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