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FTA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SD) 살펴보니
[뉴스핌=노종빈 기자]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한 경우, 한국의 불평등한 제도나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국제기구에 손해배상을 제소할 수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그렇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31일 여야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격하게 대립한 가운데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SD)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야당은 ISD를 인정할 경우 한미 FTA가 미국 측에 크게 유리한 불공평한 조약이 될 것이라 결론짓고 있다.
◆ 여야 합의 최대 쟁점 'ISD' 논란 확산
한미 FTA 상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SD)란 쉽게 말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국내의 법적 제도적 규제 등으로 인해 불이익이나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별도의 국제 중재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제도를 마련한 이유는 한미 FTA가 발효돼 금융 및 산업 등 경제 전부문에서 양국이 똑같은 법적 규제를 적용받아야 함에도 만약 일부 불균형·비대칭적 규제으로 인해 투자자가 손해가 발생한다면 중재기관을 통해 이를 구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현재 가장 큰 쟁점과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이같은 제도가 어느 한쪽에만 유리한 비대칭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야당은 ISD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하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그 자체로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경우에도 유효한 제도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ISD는 외국인 투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서, 외국 투자자의 국내 투자 유치를 촉진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 "한국이 미국보다 국제적 소송 취약, 불리할 것"
하지만 여전히 ISD가 미국을 위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국은 국제적 투자관계 등에서 미국과 상호대등한 지위를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된 13건 가운데 3건만 승소했고 5건은 패소, 5건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은 18건 제소 중 15건이나 승소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인 나프타(NAFTA)에서도 44개 투자자 제소 사건 가운데 멕시코 기업이 미국을 제소한 사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감수해야할 위험을 사업 실패시 국가에 전가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한국이나 미국과 같이 사법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사법제도 내에서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개인이 국가의 잘못으로 손해를 본 경우 양국의 사법 재판 절차를 통해 손해를 회복하면 충분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 상장사들은 미국 자본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이나 '초과이익공유제' 등에 대해서도 미국인 주주들이 한국 기업에 대해 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 '글로벌스탠다드' VS '독소조항' 정면 대립
현재 정부 여당 측 입장은 ISD가 한미FTA에서 도입된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한국이 체결 발효한 85개 투자협정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2500여개에 달하는 투자 관련 국제협정에 규정되어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당은 이는 BIT(양자간투자협정)를 뜻하는 것으로 이미 우리나라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되고 허가된 외국인 투자(설립후 투자)에 대해서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재 재판부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중재 판정부는 한국과 미국이 각각 임명하는 중재인 2인과 양국이 합의하는 1인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양국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의장국을 독점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사무총장이 나머지 1인의 의장 중재인을 임명하게 돼 우리나라에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ISD는 과거 협상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분야로 알려지고 있다.
야권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도 제도의 도입 여부 및 특히 ISD 대상이 되는 간접 수용의 인정 범위와 관련, 한국 정부의 합리적인 공공 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독소 조항이라는 반대 견해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