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구조 개선 안간힘 불구 휘청
[뉴스핌=최주은 기자] 유동성 자금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이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진땀을 빼고 있지만 막대한 PF에 발목이 잡히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20일 시평순위 58위 중견건설사 범양건영은 서울지법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범양건설에 대해 신용등급을 당초 BB에서 B+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최근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는 대다수 주택사업에 집중하면서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반면 범양건영은 토목비중이 70%에 달해 이번 법정관리 신청에 업계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범양건영은 무리한 해외 PF사업을 강행하면서 이에 따른 부채난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범양건영은 지난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전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서 시행사들을 비롯한 개발업체들의 잇단 파산에 따른 역풍을 맞으면서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2006년 두바이와 베트남에 이어 2007년 카자흐스탄에 지사를 설립한 범양건영은 주상복합아파트 및 오피스 건설사업에 나섰던 시행사가 금융위기 후 경영난을 겪다 파산하자 PF채무를 고스란히 떠안기도 했다.
여기에 공공기관 발주량 감소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사옥과 토지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진행해 왔으나 법정관리를 피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자산매각, 구조조정,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 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견 건설사인 임광토건은 투자등급 하단 'A3-'에 있던 단기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로 대림산업 계열인 고려개발은 'A-'인 장기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됐다.
두 회사 모두 과중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임광토건의 PF 잔액은 지난 6월말 기준 7715억9000만원으로 자본총계 6958억5938만원을 넘어섰다. 고려개발의 PF 잔액은 5216억2000만원으로 자본총계 3598억4600만원에 미치지 못했으나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수 있는 '등급 하향 감시대상'에 이름이 올랐다.
고려개발은 2010년 이후 예정사업 PF에 대한 대지급, 회사채 상환 등으로 자금 부담이 확대되면서 9월 총차입금(5997억원)도 지난해 말(4292억원)보다 급증했다.
총 PF 잔액의 79%를 차지하는 사업장이 용인 수지구 성복에 있으며 PF 규모가 3600억원에 달하는 용인 사업의 진행 여부가 고려개발의 PF 위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임광토건은 총 PF 잔액의 56.5%를 차지하는 사업장 두 곳이 화성 동탄에 있다. 두 사업장 모두 미착공 사업장이며 현재 동탄의 기산동 사업장은 농협과 PF 만기연장에 합의했으나, 반월동 사업은 대주인 산업은행과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광토건은 최근 서대문구의 사옥 2동과 보유 골프장을 매각했으며 PF 채무의 94%가 1년 내 만기도래해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PF리스크에 좌초하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 확산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돈줄 줄이기'에 따른 것이다. 나아가 건설사들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건설사 위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중견사의 경우 자산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안정화에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며 “저축은행발 PF사업장 정리가 시작되면서 만기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건설사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금액이 적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F 사업장을 정리하거나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등 자체 해결할 수 있는 건설사가 도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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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