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사 해바라기…지주사는 여유·의지 적어
[뉴스핌=노희준 기자] 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기 위한 국내 증권사 '빅5'(대우, 삼성, 현대, 우리, 한국)의 자본확충 계획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들을 제외한 10위권 중대형 증권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특히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 지주사 계열사 증권사의 고민이 깊어진다. 일찌감치 증자를 포기한 미래에셋증권 등과 달리 이들은 금융 지주사의 결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하나금융과 신한지주는 증자에 나설 상황이 아니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대증권이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59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증권업계 '빅5'의 IB를 향한 몸집 불리기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조만간 증자나 차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증권업계 '빅5' 증권사와 이하 증권사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 몸집을 불려 투자은행과 프라임브로커(PB) 업무에 뛰어든 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사 간의 구분이 명확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열리게 될 PB를 포함한 헤지펀드 시장이나 활성화될 기업금융 부분이 얼마나 수익성을 창출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이에 대해 초기 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국내 IB 육성과 헤지펀드 시장 창설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당근'(우호적 정책)이 예상되는 데다 실제 PB 업무 등 넘을 수 없는 업무 벽이 생긴다는 점에서 투자은행 대열에 참여하지 못하는 증권사들로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사 증권사는 지주사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어 사태를 주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독자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키도 쉽지 않다. 이들 지주사가 목전의 다른 이슈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거나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및 PB 업무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현재 외환은행 인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쪽 유상증자 등을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통지함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가격 재협상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지주사와 협의를 하고 중이고 지주사가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현재 지주사가 휠씬 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증권쪽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증자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럴 경우 향후 자기자본 기준 업계 순위를 5위권까지 끌어올리려는 하나대투증권의 목표도 점점 멀어진다. 이에 자기자본 기준으로 PB업무 등이 허용된 것에 대한 회사측 불만도 흘러나온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기준으로 업계 5위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고 규모나 외형보다는 수익력과 전반적인 역량을 끌어올리려고 한 것"이라면서도 "가용자본도 아니고 자기자본으로 그 회사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하나대투증권은 앞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자기자본 기준의 PB 허용에 대해 이견을 주장해왔다. 사실상 금융지주사의 자본 동력 능력 등이 PB허용 기준에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 전력하는 하나금융과 달리 신한지주가 목전의 다급한 이슈에 얽매여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주사의 의지는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 보고 나서 이후에 판단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증자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선발주자의 IB업무 등을 지켜본 뒤에 자본확충 등에 대해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증자 규모(돈)의 이슈는 아닌 것 같다"며 "투자은행 업무나 PB를 포함한 헤지펀드 시장에 장미빛 전망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데다 레버리지 창출이 관계되는 헤지펀드 시장의 특성상 초기 시장의 수익성 창출 등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형 증권사 빅5는 증자 등을 통해 IB쪽으로 특화된 아예 (중소형증권사와는) 다른 종류의 회사가 될 것"이라며 "나름의 특화된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것이 모든 증권사의 고민이지만, 비슷한 증권사들도 많아 특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각각 1조 5147억원과 2조 709억원이다. 대형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자기자본 3조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1조~1조 5000억원 정도의 증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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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