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최근 IB요건 충족을 위한 대형증권사들의 유상증자 행보가 이어진 가운데 마지막 주자로 점쳐졌던 한국투자증권이 증자 대신 차입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지주 차입과 관련된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證 "증자 대신 차입...빠른 결정 내릴 것"
한국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19일 "지주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논의했지만 증자 쪽보다는 차입을 선택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주가하락과 증자 부담 등 주주와 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증자를 위한 지주 차원의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앞서 유상증자를 결정한 증권사들이 한차례씩 주가 급락의 된서리를 맞으며 증자 결정에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 증권사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외국인 지분율(44.50%)도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을 더디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증자를 선택하더라도 반드시 외국인 주주들의 동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암묵적인 설득의 시간은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빠른시일 내에 IB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만큼 최종적으로 차입이 결정되면 이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한국금융지주의 주가는 오후 2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0.86% 상승한 3만 5100원. 대우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지난달 8일 이후 3만원선을 하회하는 등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한달 조금 지난 현재는 12%가량 상승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차입의 카드를 결정할 경우 한국금융지주 주가 역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이미 다른 증권사들의 증자행보로 인해 더불어 주가 조정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차입의 카드는 주가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전문가, 긍정적 vs. 부정적 시각 엇갈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 차입 가능성이 짙어지자 시장 전문가들은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자 악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비용발생에 따른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대우증권의 정길원 연구원은 "금융기관이 대주주인 타 증권사와 달리 신주대금의 원활한 조달을 고려해 지주사의 차입이란 대안과 자산 재평가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증자를 하지 않을 경우 프라임브로커리지 라이센스 취득을 위한 비용이 없어 이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문제들이 해결되며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거래대금 증가와 맞물려 두드러진 실적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반대시각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A 애널리스트는 "지주차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일반적인데 그렇게 되면 매년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 방법이 진정으로 주주들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추가로 필요한 자기자본은 6월 말 기준으로 최소 7305억원. 만약 8000억원가량을 회사채로 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회사채 일반 금리인 5%를 적용하면 연간 400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는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수익성이 창출될지는 미지수"라며 "연간 4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의 B애널리스트 역시 "회사채를 발행하게 되면 평균 3~5년만에 만기가 돌아와 또다시 증자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앞서 증자를 실시한 '빅3' 증권사에 비해 현대와 한국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것도 향후 수익성을 충분히 가늠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C 애널리스트는 "대형증권사 중 자기자본 요건 충족에 있어 뒤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이 차입을 선택해 이자비용보다 많은 수익을 거둠으로써 ROE를 높이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주주들의 동의를 통해 증자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