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보유액 세계 7위, 비중 축소 시 영향 클 수 있어
[뉴스핌=김민정 기자] 지난 27일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종구(한나라당) 의원은 "3년 전에도 달러화 중심의 외환보유액 운영은 안된다고 했다"고 지적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오히려 한은이 보유한 외환보유액 중 미 달러화 표시자산은 63.7%(2010년말)로 전년에 비해 0.6%포인트 증가했다. 한은은 이 자리에서 "달러화 비중을 유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달러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미 달러 비중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다. 왜 그럴까.
한은은 과거 달러화에 대한 고집을 꺾었다가 금융시장에 크게 충격을 준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 한은이 국회 업무보고자료에서 '외환보유액 운용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술렁였고, 한은은 언론과 국회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박 전 총재는 그 후 "외환보유액 다변화는 달러를 팔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한은 스스로가 국제 달러 시장에서 '큰 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도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말 현재 3110억3000만 달러로 전 세계 7위다. 이 정도 규모를 가진 나라에서 달러화 비중을 줄인다고 발표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의 다변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급격한 다변화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달러화 비중을 늘리겠다거나 줄이겠다고 하는 순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동안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통화구성을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 및 캐나다 달러화 등으로 다변화 해 왔다. 이 점을 들어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중 미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전세계 평균과 유사하다고 한은은 설명한다. 외환보유액의 통화 구성은 ▲ 우리나라 외채 통화구성 ▲ 우리나라의 경상지급 통화구성 ▲ 세계 국채시장 통화구성 ▲ 세계 외환보유액 통화구성과 국제금융시장의 중장기적 변화를 반영해 결정된다.
당분간 한은의 달러화 사랑은 지속될 것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미국 발 대외 불확실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큰 변동성을 지닌 이 시기에 한은이 달러화 비중을 크게 변화시키는 다변화 하기에는 부담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불안한 상황이라 지금 한은이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을 크게 변동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잦아든다면 다시 다변화 움직임을 좀 더 가시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정 수석은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펀더멘털이 반영되고, 미국 달러화 약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그 때는 조정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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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