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위기를 기회로..지속성장 고민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이 만만치 않습니다. 머리를 모으고 있지만 당장 환율부터 경기까지 예측이 전혀 안되서 고민입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재계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두고 고심 중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불황 등 글로벌 위기가 확산되면서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만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출 기업은 물론이고 내수 기업들 역시 소비심리 하락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혼선이 적지 않다.
27일 국내 주요 대기업에 따르면 각 대기업의 내년 사업계획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립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금을 최대한 보유하라는 내부 지침이 내려진 곳도 여럿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대폭 축소 조정되는 상황에서 내년은 그야말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의 분석조차도 참고하기 쉽지 않다고 일선 실무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도 기준 환율을 의욕적으로 설정했다가 환율의 급등락에 울고 웃은 기업이 적지 않다"며 "내년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업 전략을 짜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년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이 어려워진 만큼 전략적 선택의 폭도 한계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요 대기업들은 리먼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 폭을 키웠던 만큼 과거를 돌이켜 경제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자"며 의욕을 높이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이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사업부장, 현지 법인장 및 주재원이 총 집결한 가운데 일제히 전략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벌써 내년 걱정이 시작됐다. 삼성이 가는 길에 걱정이 많은 상황이지만 우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말했다. "더하자 더하자 하면서 독려하고 채찍질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은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 내년 경영화두를 '위기대응'과 '지속성장'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이 같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그룹도 내년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유럽발 경제위기가 확산되면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유럽시장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유럽을 직접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양보다 질적인 성장을 표방했던 만큼 내년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분위기로 전략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K그룹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글로벌'과 '기술'에 역점을 두고 있다. SK만의 기술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최근 SK는 2차전지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를 인수하고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글로벌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적극적인 M&A 등으로 사세를 확대해온 롯데그룹은 내년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한 접근에 나섰다. 경기 민감 업종이 주력인 탓에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하겠다는 의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년 사업이 어려울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보수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주요 그룹의 내년도 사업계획은 오는 12월에서 내년 1월께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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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