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특파원] 신흥시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방어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사용하며 지급준비금을 축내고 있으나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원화에서 터키의 리라화에 이르기까지 신흥시장국 통화들은 수년래 저점으로 떨어지거나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번 달 인도와 태국, 필리핀의 중앙은행들이 다투어 시장에 개입했다. 폴란드는 즐로티 유통이후 두번째로 시장에 개입했고 브라질은 수입억달러어치의 통화스왑을 판매했다.
스리랑카에서 탄자니아에 이르는 변방시장(frontier market)들 역시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지난 금요일(23일) 원화 방어를 위해 40억달러를 쏟아부었으나 투자자들이 시장개입후의 원화 강세를 이용해 매도에 나서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러시아의 시장개입도 일시적인 루블화의 일시적인 저점탈출을 불러오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크레디 아그리콜의 이머징 통화 및 채권 전략 헤드인 세바스찬 바브는 "시장개입으로 통화 감가상각을 둔화시키는데 성공한다해도 시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며 "신흥시장의 매도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 통화의 가치하락은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기 때문에 신흥시장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약세 전망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자국 통화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년간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인 은행들이 지금은 그 반대로 경화를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책결정자들은 자국통화의 하락속도와 정도에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많은 언헤지드 채권(unhedged bond)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풀려나면서 이번달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11% 떨어졌다. 인도의 루피와도 달러화에 대해 8%, 폴란드의 즐로티는 13.5% 하락했다.
이같은 변동성은 정책결정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투자자들이 추가 통화약세에 대한 헤지에 열을 올리고 있어 역외선물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의 통화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달의 통화하락과 중앙은행들의 달러판매는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 속에 자국의 환율을 지탱시키기 위해 신흥 경제국들이 지불준비금의 3분의 1 이상을 소모했던 지난 2008-2009년 위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신흥시장국 중앙은행들은 최근의 시장개입이 구체적인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자국 통화 지원을 위한 실탄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초 이래 브라질의 경화 준비금 규모는 거의 두배가 늘어났고 폴란드와 터키의 준비금 역시 3분의 1 가량 증가했으며 인도네시아는 77%가 확대됐다. 상품 붐과 지난 2년반 동안 막대한 포르톨리오 순유입에 따른 결과이다.
분석가들은 신흥시장국 중앙은행들이 시장개입에 필요한 재정수단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장개입 결의는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보인다.
이들은 상품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후퇴하면 일부 신흥경제국들은 기꺼이 추가 통화 약세를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소시에테 제네랄의 신흥시장국 리서치 헤드인베노이 앙느는 "신흥시장국 중앙은행들이 단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다면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 예로 러시아가 엄청난 양의 달러를 투입했으나 루블화가 여전히 2년래 저점에 머물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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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