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영업익 8% 내놓으라고..합의 뒤집어?"
-공정위 "아직도 기대 못 미친다..9월중 제시해"
[뉴스핌=강필성 기자] 유통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날선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판매 수수료 인하 방안을 두고서다. 지난 6일 12개 유통업계 CEO와 합의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방안’을 보는 시각차가 확연한 탓이다.
21일 공정위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유통업계에 중소기업 판매 수수료 인하 폭을 영업이익 5~8% 규모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판매 수수료 인하는 공정위와 유통업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합의문’의 핵심으로 유통업계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중소기업에 3~7%P 판매 수수료 감면을 실시하기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가 이처럼 유통업계에 수수료 인하 규모를 영업이익 5~8% 규모가 되도록 제안한 것은 기존 합의 내용에 수수료 인하 규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합의문에 보면 수수료 인하 대상 중소기업 선정 기준을 어디까지나 유통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폭이 3~7%P 라고 정해졌어도 전체 수수료 인하 규모는 유통업계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수수료 인하 최대인 7%P 인하를 하더라도 중소기업 선정 기준에 따라 업계의 수수료 인하 규모가 조정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까지 유통업계는 공정위의 눈치만 보면서 수수료 인하 방안에 대해 구체적 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번에 영업이익 5~8% 안을 제시하면서 업계는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수수료 인하에 대한 합의는 원만히 이뤘지만 눈높이 차가 현격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사실상 합의문 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업이익 5~8%에 상당하는 액수만큼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것은 사실상 중소기업 선정 규모를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롯데쇼핑의 지난해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이 794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8%를 적용하기로 했을 때 635억원, 5%를 적용했을 때 4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같은 비율로 현대백화점도 영업이익 중 288억~461억원, 신세계백화점도 109억원~174억원이 감소하게 된다.
이쯤되면 중소기업 선정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수수료 인하 액수에 맞춰 각 분야의 중소기업들에게 얼마나 혜택을 주느냐만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의 압력은 합의문에서 명시됐던 ‘업계 자율’하고 거리가 멀다”며 “이렇게 정부가 기업의 영업이익에 관여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 일부에서는 차라리 합의문을 뒤집고 공정위의 보복식 조사를 받아보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아직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영업익 5~8% 규모의 인하 방안은 유통업체가 좀처럼 결론을 못내자 제안한 예시 중 하나일 뿐”이라며 “영업이익을 5~8%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대기업, 명품 등의 수수료를 올리고 중소기업 수수료를 감면하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의 당시 중소기업 선정을 업계 자율에 맡긴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 납품 중소기업 비율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수수료 인하 규모를 확인 할 수 없는 만큼 추석 이후 인하 규모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업계가 수수료 인하방안을 내지 못하면서 10월 중소기업 수수료 인하 방안 실시가 힘들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공정위는 늦어지더라도 수수료 인하를 10월부터 소급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행보는 합의문의 부작용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합의문의 ‘업계 자율’에서 수수료 인하 규모가 최소화로 되거나 수수료 인하 대상 중소기업 납품업체가 퇴출되고 신규 입점 안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돼 왔다. 이에 따라 수수료 인하 총액을 영업이익 대비 5~8%로 확정하게 되면 사실상 이같은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명무실해진 합의문이다.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유통업계에 수수료 인하 규모에 대한 제안을 하면서 사실상 업계는 압력을 느끼고 있다. 이는 합의문에 명시된 ‘업계 자율’이 공정위의 뜻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공생과 상생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산다는 이야기인데, 일방적으로 유통업계에 영업이익을 낮추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효율적인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것이 다 무의미해지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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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