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강화논쟁 재점화…후유증 경계
[뉴스핌=김연순 기자] # 지난 2007년 10월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2000선에 도달했다. 시장에선 3000선에 안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장밋빛 전망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로 부터 1년 후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 속에서 코스피지수는 900선으로 폭락하며 반토막났다. 당시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켰고 그 후 2009년 6월 1일부터 비금융주에 대한 제한 조치가 풀렸다.
지난 9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1680선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1일 2170선까지 올랐지만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 등으로 시장 불안이 확산되며 일주일 만에 500포인트 가까이 빠진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상태로 치닫자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3년 만에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폭락장에서 공매도가 크게 확대되며 시장불안을 확산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헤지펀드 불씨를 살리기 위해 금융주 공매도를 곧 허용하겠다"는 기본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금융당국에선 헤지펀드 도입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헤지펀드 도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공매도를 완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규제강화 논쟁이 재차 확산될 전망이다.
◆ 헤지펀드 도입 찬물 끼얹나?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연내 1호 한국형 헤지펀드 탄생을 목표로 금융회사에 대한 공매도를 이번 헤지펀드 도입과 함께 푸는 것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주 공매도에 대한 허용 시기를 저울질하며 여건이 좋으면 곧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권대영 자산운용과장은 "헤지펀드가 공매도·레버리지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현행법상 허용된 한도까지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과 2개월만에 금융당국은 향후 3개월간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내증시의 폭락장이 지속되면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어려운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이 또 다시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매도가 헤지펀드의 대표적 운용전략인 롱숏(Long-Shot)의 주요 수단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만약 헤지펀드를 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어느날 갑자기 숏이 안 되는 것이니까 전략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측면이 있다"며 "공매도 금지로 정책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홍영만 증선위원은 "공매도 금지가 헤지펀드 도입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헤지펀드에서 공매도를 하나의 운용전략으로 삼지만 헤지펀드를 도입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홍 위원은 이어 "2008년 당시 헤지펀드가 존재하는 전 세계 국가들이 공매도 제한을 시행했지만 헤지펀드 운영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도 이번 금융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헤지펀드 도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 위원은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 기간이) 3개월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후 추가 연장에 대해서는 시장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 |
금융위원회 신제윤 부위원장이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금융합동점검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 "공매도 완전 금지해야" 주장도 제기
미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금융권에선 규제 강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때 (규제 강화 목소리가) 굉장히 높았다가 시장이 나아지면서 낮아졌는 데 그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임원은 "한국은 막 헤지펀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망했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헤지펀드 규제, 은행세, 토빈세 등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의 흐름에 제갈을 물리고 금융규제를 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완전히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등 규제강화 논쟁도 확산될 조짐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외부 금융충격에 너무 노출이 돼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바꾸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공매도 같은 것도 3개월간 한시적 금지가 아니라 완전히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런 기회에 외부충격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제도들을 도입하는 게 필요한 게 아니냐, 그리고 그것의 적기가 아니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투기성 자금들이 들어오고 싶어할 때 그런 조치를 하면 저항이 많겠지만 최근 상황에서 제도를 도입해버리면 나중에 투기성 자금이 또 들어오려고 할 때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사실 많은 현명한 투자자들은 심지어 파생상품까지 금지해야 된다고 워렌 버핏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건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고 그렇게 되면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