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우리금융그룹에 매트릭스(Matrix·수평적 조직) 조직을 도입하는 일은 이팔성(사진 왼쪽) 회장에게 큰 도전이다. 대주주(지분 56.97% 보유)인 정부의 반대를 사지 말아야 하고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저항도 극복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매각이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티스톤파트너스 등 3곳만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예비입찰의향서(LOI)를 냈다. 매각을 진행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일정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이달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이 회장의 조직 개편 구상은 불발된다.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큰 틀의 변화를 정부가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사모펀드 인수 불가론에 여론은 물론 여당과 정부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사모펀드는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매각 중단’ 선언만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권 말이 가까워짐에 따라 3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는 풀이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즉 이 회장에게 시간과 기회 모두 다가오는 분위기이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은행을 어떻게 잘 설득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매트릭스 조직하에서는 각 사업 부문별로 체계가 바뀌다 보니 수장(首長)을 중심으로 각 부문별 최고책임자가 각각 포진한다. 자연스레 지주사 회장의 권한이 강화된다. 곧 이순우(사진·오른쪽) 우리은행장의 권한 약화를 가져온다. 이 행장은 사업부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 행장이 달가워할 리 없다.
실례로 매트릭스 조직을 가장 먼저 도입한 하나금융지주는 김승유 회장이 각 사업부문(BU· Business Unit)을 총괄하고 있다. 개인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3개 사업부문으로 나눠놓고, 각 사업부문의 책임자인 김정태 하나은행장, 임창섭 부회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대표를 김 회장이 책임자로서 총괄한다.
우리금융내에서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발언권이 강하다. KB금융지주가 어윤대 회장, 신한금융지주가 한동우 회장, 하나금융이 김승유 회장을 중심으로 ‘확고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지주사내에서는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 “힘이 없다”, “금융산업 추세는 지주사 중심 인데 우리는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자주 나왔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한일과 상업은행이라는 큰 은행들이 합병한 데다, 그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입지가 클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힘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독자적 민영화를 추진했다가 좌절 당한 이후 숨을 죽여왔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민영화가 또다시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많아지면서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내부의 관측이 많다. 자신의 뜻을 펼칠 동력을 회복해가는 단계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순우 행장을 축으로 한 우리은행의 그룹 내 ‘위치사수’ 의지를 달래고 눌러야 할 부담을 떠안고 있다. 행동이 임박했지만 이래저래 이 회장의 고민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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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