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2분기 연속 적자', '사업조직 수장 교체', '생산성격려금 지급 등급 최하위', '안팎으로 도는 위기설'...
TV·가전, 휴대폰,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4대 축 중 하나였던 LCD사업의 현주소다.
지난 1일 LCD사업부장이었던 장원기 사장이 사실상 좌천됐고, LCD사업부는 DS사업총괄 산하로 편입됐다. 메모리사업부 및 시스템LSI사업부와 동등한 산하 조직이라지만, 기존 반도체 사업부장이었던 권오현 사장이 총괄을 맡는다는 점에서 '남의 집 살이'와 같은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 이뤄진 삼성그룹의 상반기 생산성격려금(PI) 지급에서는 최하 등급인 C등급을 받아 월 급여의 50%를 받는 데 그쳤다. 한 집안 식구인 반도체사업부와 무선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모두 A등급으로 월 급여의 100%를 받았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장 교체 원인이자, 생산성격려금 최하 등급 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된 'LCD 사업의 위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포착되고 있다.
일단, 실적 측면에서 1분기 2천억원대 영업손실에 이어 2분기에는 적자폭이 더 확대됐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되고 있다.
LCD 시황 악화 원인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경기악화에 따른 TV 판매부진이 지목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삼성전자 세트 부문과 소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 제조사 등 거래선이 다양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의 TV 판매가 선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을 보인 게 호재로 작용하면서 소폭의 적자, 혹은 흑자전환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되는 3D TV용 패널 분야에서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진영의 SG(셔터안경)방식이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LG 진영의 FPR(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에 점차 잠식당하는 상황이다.
계열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지난달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5세대라인 가동과 함께 공급능력을 확대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하이엔드급 태블릿용 패널 시장에서 AMOLED가 LCD를 대체할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서 AMOLED를 주력으로 앞세웠던 삼성전자는 향후 SMD가 충분한 공급능력을 갖출 경우 하이엔드급 태블릿 분야로 AMOLED 장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휴대폰용 LCD는 SMD가 생산해 왔던 만큼 휴대폰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SMD의 영역이 직접적으로 겹치지 않았으나, 향후 태블릿PC 분야에서는 경쟁 관계가 될 여지가 크다.
경쟁사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AMOLED 양산 시기가 늦었던 LG 진영이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고해상도 LCD로 대응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애플은 아이폰에 채용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고해상도 LCD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차기 태블릿PC인 아이패드3에 장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TV용 대형 패널에서도 AMOLED가 LCD를 대체하는 시기와 맞물려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동향으로 볼 때 2013년에는 대형 AMOLED TV가 대량 생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MOLED TV 시장이 열린다고 곧바로 LCD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대체재가 등장하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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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