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력·이미지 손상…상처뿐인 자존심 대결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에 은행측의 영업점 폐쇄로 서여의도지점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
SC제일은행은 파업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전국 43개 영업점에 대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지한다고 11일 밝혔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인해 남아 있는 직원들의 과중한 업무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고 은행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파업기간 중 일부 영업점의 영업을 일시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 중지되는 영업점 직원들은 인근 영업점으로 재배치해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은행 핵심업무 사실상 마비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파업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조측이 당초부터 파업을 예고해 왔지만, 은행측은 파업을 해도 영업점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장담해 왔다. 현재 노조 가입률이 53% 수준이어서 노조측이 파업에 나서도 영업점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측은 43개 영업점에 '영업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결국 '오판'이었음을 자인했다. 파업이 3주째 장기화되면서 비노조 직원들의 피로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영업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금 입출금 등 단순업무는 비정규직인 창구직원들을 중심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대출이나 상품가입 등 주요업무는 사실상 마비가 된 상황이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표면상으로는 은행이 정상 운영되는 것 같지만, 대출이나 상담 등 핵심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면서 "은행측도 이처럼 영업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는 상항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리한 구조조정'이 파업원인 제공
하지만 은행측은 협상력을 발휘하기는커녕 고객을 볼모로 무모한 자존심 대결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의 명분이 임금인상이 아니라 무리한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의 협상 요구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노조가 제시한 요구에 대해 은행측은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파업의 목적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라면서 "투기자본과 같은 스탠다드차타드의 행태에 대해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조속하고 원만한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노조와의 협상 타결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측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한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고객들의 불편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채애리 기자 (dream@newspim.com) 트위터(@ys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