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안 조급증이 부작용 불러…밀어붙이기식 정책도 포기해야
[뉴스핌=최영수·김연순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산적한 금융현안은 어느 것 하나 해결될 것이 없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금융감독 개혁마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취임 초 ‘대책반장’으로서 기대를 걸었던 김 위원장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 바닥에 떨어졌고 금융시장은 더 이상 움직이질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금융현안 처리가 힘들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공전(空轉)이 금융산업에 주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문제점을 바로 잡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과 금융위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 금융전문가들의 요구는 의외로 간단하다. 김석동식 ‘밑어붙이기’ 정책을 지양하고 시장과 소통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무너진 원칙을 바로 잡고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금융정책을 펼치라는 게 대체적인 요구다.
◆원칙 바로잡고 시장과 소통해야김석동 금융위원장
우선 금융감독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금융위 자신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관료 조직의 고질적인 병폐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금융위가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금융감독원만 뜯어 고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개혁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경상대 김홍범 교수가 최근 탈퇴를 선언하며 금융위를 강하게 비판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금융위가 스스로 혁신하지 않고 금융산업이 선진화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금융위는 민간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개혁 TF를 바로 세우는 게 급선무다.
숭실대학교 윤석헌 교수는 “금융위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며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지양하고 시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먼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은 경기규칙만 잘 만들면 되고, 직접 어떤 결과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금융위가 단기에 어떤 해법을 찾으려고 하거나 현 정부의 임기 내에 마무리를 짓겠다고 욕심을 내면 낼수록 일을 그르치기 쉽다는 지적이다.
◆정치논리 배제하고 경제논리 따라야
은행 민영화를 비롯해 최근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금융 현안의 해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원칙을 바로 세우고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가장 많다.
특히 우리금융 매각을 놓고 산은지주의 참여 문제로 혼선을 빚은 것은 큰 과오중의 하나로 지적된다. 따라서 조기 매각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올바른 원칙을 세우고 더 이상 혼선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에 대한 사모펀드 입질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아무리 민영화가 시급하다고 해도 우리금융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어떻게 해 왔는지 보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전에 입찰 자격을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사모펀드까지 입찰할 수 있게 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그게 김석동 위원장과 금융위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사태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정치논리에 얽매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태가 불거진 지 이미 오래지만 제대로 ‘칼’을 대기보다는 ‘연착륙’만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정치적인 논리로 저축은행들을 배려해서는 안 된다”면서 “다소 충격이 있더라도 경제적인 논리와 기준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결국 민간중심의 금융감독 개혁을 통해 금융위 자신부터 혁신한 뒤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경제논리에 충실한 정책을 펼쳐가는 것이다. 금융위가 정권 말기의 구습을 답습하느냐 아니면 시장의 신뢰와 위상을 회복하느냐는 오로지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