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는 2002년 이래 최장기 하락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들어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는데, 그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의 제2차 양적완화(QE2) 종료, 경기의 일시적 혹은 구조적 둔화, 유로존 채무 위기, 신흥국 과열 및 긴축 부담에 따른 경기 약화 우려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핌(www.newspim.com)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양적완화(QE2)' 종료와 함께 이른바 '소프트패치(soft patch)' 국면이 겹쳐 발생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착종됨이 없도록 분해해서 이해하고, 나아가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 혹은 정책 한계국면이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망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핌=이에라 기자] 지난해 11월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2차 양적완화(QE2) 정책이 이달 말 종료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은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졌다. 'QE2'가 개시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진한 거시 지표 늪에서 미국 경제가 이른바 '소프트패치'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시각과 함께 '더블딥' 가능성이 좀 더 커지고 있어 우려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편 'QE2'의 종료는 그 동안 매월 750억 달러를 투입하는 정책을 중단한다는 것이지, 기존에 자산을 매입한 것을 재매각하거나 처분하는 회수전략 혹은 '출구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산 추가 매입을 중단하고 나면 관망 기간을 거친 뒤 점차 매입했던 자산을 처분하거나 금리인상을 개시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인데, 이런 변화는 내년에 가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QE1와 QE2
지난해 10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여해 "다른 변화가 없는 한 추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붕괴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실시한 1차 양적완화(QE1)가 2010년 3월 종료된 후,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경제가 이중 침체 위기에 직면하자 2차 양적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어 2010년 11월 연준은 'QE2' 방침을 공표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향후 8개월 동안 월 750억 달러 수준으로 모두 6천억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를 추가 매입하기로 한 것.
연준은 이 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범위 내에서 만기 회수분에 대한 재투자를 지속할 것이며, 향후 경제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다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08년 말 시작돼 2010년 3월 막을 내린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 즉 'QE1'의 규모는 1조 7300억 달러에 달했다.
1차에 이어 2차 양적완화를 추진한 연준은 지난 4월 27일 예정된 시점인 6월 말 'QE2'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6월 이후에도 연준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하며 당분간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두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1조 달러 미만에서 거의 3조 달러 가까이로 3배 가량 확대되었다.
◆ 양적완화(QE)와 신용완화(CE)
연준이 국채를 매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시중에 화폐를 공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시키는 것이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의 사전적 의미다.
정책금리가 제로(0%)수준에 가까워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힘든 상황에서 장기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경기부양 및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형식을 취했다.
국채 매입은 채권 금리를 하락시키고, 모기지 및 회사채 금리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연준의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장세 효과에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게 되면 소비 촉진, 고용 증대와 기업 투자 등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미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는 수출 증대를 이끌어 또 다른 간접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결국 연준의 2차 양적완화 조치는 장기 금리 하락을 유도해 시장에 유동성을 투입, 소비 및 투자를 촉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라는 단어를 기피하고 굳이 '신용완화'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은행이 중앙은행 지준에 잠궈둔 유동성이 경제 전반으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면서, 또한 과거 양적완화가 유발한 인플레이션이나 여타 부작용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발로였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 역시 경제 시스템의 신용이 활발하게 돌게 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양적완화'와의 정책 차별화에는 실패했다.
◆ QE2의 앞면과 뒷면
'QE2' 개시를 천명한 지난해 11월 3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고작 0.27% 상승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0.24% 오르며 장을 마쳤다. 이미 버냉키 의장이 'QE2' 가능성을 시사한 8월 26일 이후부터 실제 결의가 도출될 때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30% 가까이 상승했다.
또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2009년 3월 최저점보다 약 90% 상승했으며, 달러화 가치는 1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로이터/CRB 지수는 67%나 뛰었다.
이에 대해 올해 3월 일본은행(BOJ)은 세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이 글로벌 주식과 상품 가격 강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QE2'는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는 했지만 경제 성장세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당국과 투자자들 역시 연준의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몰고 왔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식량 가격 상승은 중동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에 부담을 안겼다.
또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9%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실업률은 9.1%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 수준을 보였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높은 에너지가격이 미국 경제성장세를 잠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8% 성장하는 데 그쳐 지난해 마지막 분기 3.1% 성장률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 'QE2'로 배부른 투자자들 "기대 못 버려"
'QE2' 종료를 코 앞에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추가양적완화는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한 보험과도 같은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스탠다드라이프의 앤드류 밀리건 글로벌 전략부문 대표는 "물가가 하락했다면 기업실적에 크게 타격을 가했을 것"이라며 'QE2'가 이를 완화한 것이라 평가했다.
콜럼비아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조이 펀드매니저도 "양적완화 조치는 경제 회복세 지속을 위한 보험과 같은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QE2'가 실은 저축인이나 일반인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위험자산 투자자들을 지원하는 불공평한 정책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글러스킨 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QE2 성공의 정의가 주식시장의 펀드 매니저들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라면 그들에겐 성공적이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달러화 약세와 상품가격 급등으로 일반인들에겐 연료비, 생활비 등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이러한 점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물가 우려만 없다면 무제한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도 상관없다는 식의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이 정책이 원한 만큼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최연소 수석이노코미스트 출신이자 현재 시카고대학 석좌교수인 라구람 라잔은 "양적 완화 등 초완화정책이 초래한 왜곡효과도 감안해야 하며, 이를 감안하면 실제 정책효과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유가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도록 만든 것은 연준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면서 "선진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와 기반투자 등 할 일이 많지만 추가 양적완화가 그런 정책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들어 주요통화 대비 5% 가량 평가절하된 미국 달러화는 3차 양적완화가 시작된다면 심각한 심각한 수준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연준의 다음 정책 행보에서 추가 양적완화가 포함되기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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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