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다리도 놓고, 수위도 낮추고…. 계속되어 왔지만 요즘은 특히 기류가 심상치 않다보니까 좀더 파워있는 분들 영입하려고 접촉하는 분위기죠."
최근 만난 A기업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 출신 인사 영입에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정원, 검찰, 국세청, 공정위 출신의 인사를 비롯해 다방면의 정부기관 인사들을 영입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것.
현재, A기업 내부에 사정기관 등 정부 출신 인사는 사외이사를 포함해 20여명 남짓. 하지만 수년간 추가 영입을 하지 않은 탓에 정보력이나 전관예우 차원에서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던 사안이다.
단적으로 최근에는 CJ그룹이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박제찬 전 국가정보원 경제정보실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오대식 사외이사는 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친 세무조사 관련 통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박제찬 사외이사는 경제분야의 각종 정보를 총괄해온 인사다.
업계에서는 CJ의 이같은 사외이사 선임이 최근 험악해진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차명계좌 문제로 국세청에 1700억원대 세금을 납부하는 등 향후 대정부 창구 역할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도 같은 달 주주총회에서 강대형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고,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종신 감사원 감사위원을 각각 신규선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도 지난해 경찰 측 인사를 대거 영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영화 전 대전경찰청장(치안감)을 삼성물산(건설부문) 고문으로 끌어왔고, 보안업체 에스원도 지난해 조용연 전 울산경찰청장(치안감)을 퇴임과 동시에 감사로 영입했다.
이미 삼성그룹을 포함해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 대부분은 법무부와 국정원,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 사정기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법무실장 등에 대거 영입해둔 상태다.
이런 새롭지 않은 분위기가 최근 기업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MB정부 후반 사정기관의 '대기업 손보기' 현상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B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현재 거물급 인사 몇몇에게 러브콜을 하고 있는 기업이 여럿"이라면서 "전방위적인 대기업 손보기가 이루어지고 있는만큼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또, "예전 오너 문제 전담처리 역할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다방면에서 줄대기가 가능한 인사들이 선호 대상"이라면서 "고위직을 지낸 분들이 퇴임 후 갈 곳 없을 때 기업이 모셔주면 해당기관의 아랫사람들 시선이 부드러워지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재계 한 인사는 "기업 내부의 윤리경영, 투명경영 차원의 사정기관 출신 인사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며 "대외적인 관계를 고려해 일종의 보험 성격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노하우가 사업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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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