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은 민간 금융권이 보유 중인 그리스 채무의 자발적인 만기연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이날 그리스 신용등급을 추가로 3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포르투갈의 국채 입찰도 그리스 위기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인해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위르겐 슈타르크 ECB 정책위원은 민간 금융권이 그리스 채무에 대한 자발적인 롤오버를 받아들인다면 ECB도 그리스 채무 보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타르크는 이날 이탈리아 언론 인터뷰에서 "이는 민간 부분이 그리스에 대한 재정 지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최근 수개월 동안 민간 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채무의 디폴트 상당 조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속해 왔다.
따라서 ECB가 이같은 주장에서 벗어나 그리스 채무를 롤오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새로운 조건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
도이체방크의 질레스 모엑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이들이 느리지만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에 합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더 강한 긴축 정책과 함께 민간부문의 참여도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와 EC, ECB, IMF 대표단 간 회동을 거쳐 3일께 종합적인 재정개혁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이들 3개 기관이 다음달로 예정된 120억 유로 자금을 납입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5차 자금이 승인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3개 기관과의 조율 내용이 금요일까지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5월 1100억 유로 규모의 규제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으며, 향후 대략 6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디스는 이날 그리스의 국채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3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전망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가부채 문제가 구조조정 없이 안정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따른 리스크가 증가해 신용등급을 더 깊숙한 정크채 수준으로 추락시켰다.
이는 지난 2001년 7월 아르헨티나가 국가 채무 디폴트를 선언하기 약 5개월 전에 평가된 국가 신용등급 수준과 같은 것이다.
무디스의 사라 칼슨 애널리스트는 "Caa1 등급은 약 절반의 소버린 채권이나 기업, 금융기관 등이 디폴트를 맞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무디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ECB가 민간 채권단에게 추가 재정지원을 위해 채무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르투갈은 4개월물 국채 8억5000만 유로 규모의 자금을 4.967%의 금리로 조달했다. 이는 지난 달 발행했던 3개월물 조달금리에 비해 대략 0.3%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에볼루션시큐리티스의 엘리자베스 아프세스 채권부문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시장에는 그리스의 위기 상황이 아일랜드나 포르투갈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에 이어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경우 내년 말까지 장기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 그리스 민간부문 노동조합인 GSEE 관계자는 오는 15일께 정부의 새로운 긴축안 강행에 대항해 24시간 총파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오르지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오는 3일(금요일 현지시각) 오후 3시 장-클로드 유로그룹 의장과 룩셈부르크에서 회동한다고 그리스 정부가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지만 회동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