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PF 연계 발행에 기피현상 심화
[뉴스핌=안보람 기자]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기업어음(CP)시장은 물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시장 마저도 얼어붙고 있다.
같은 등급의 회사채보다도 금리가 50~100bp 가량 높지만 대부분의 ABCP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연계돼 발행되는 만큼 중견건설사들이 무너지면서 이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BCP의 경우 은행의 PB센터를 통해 '큰 손'들에게 팔려나갔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한 시중은행 PB의 전언이다.
◆ ABCP 거래 ‘꽁꽁’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부동산PF와 관련된 ABCP 발행잔액은 19조원에 달한다.
이중 상당부분은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보증인이자 보증대상인 건설사가 무너질 경우 이들이 발행한 ABCP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ABCP에 대한 만기연장을 꺼리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의 PB센터 관계자는 "몇몇 지점에서 삼부토건 ABCP 등을 팔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건설사 물건이 아니라도 ABCP를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수익을 바탕으로 ABCP가 인기였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예 얼어버렸다"며 "CP는 물론 ABCP도 어렵다"고 전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 역시 "ABCP는 금리가 높아 소위 '큰손'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기연장이 안될 경우 이 문제가 건설사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ABCP 발행도 ‘시들’
ABCP에 대한 기피현상은 발행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날 나이스 채권평가에 따르면 4월 ABCP 발행시장은 총 15조 5054억원 가량 발행되며 지난 달 17조 4658억원보다 11.22%가량 감소했다. 총 상환액은 13조 6988억원으로 지난 달 대비 461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중 PF Loan ABCP는 4조 2687억원으로 전체 발행액 대비 약 27.53%를 차지했다.
나이스 채권평가 김지선 선임연구원은 "ABCP시장은 중견 건설사의 잇따른 악재 탓에 대출 만기연장이 어려워짐에 따라 차환리스크가 높아져 신규발행은 물론 차환발행마저 기피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 건설사 유동성 문제로 확산?
문제는 이런 시장의 움직임이 건설사 유동성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ABCP의 경우 만기가 3~6개월에 불과해 만기연장이 안될 경우 건설사들은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애널리스트는 "금융권 대출과 달리 PF ABCP와 같은 증권화를 통한 차입은 증권 보유자가 불특정 다수로 만기 연장과 관련한 교섭이 어려운 구조"라며 "금융환경이 악화되면 실질적인 유동성 리스크(만기연장 리스크)가 대출에 비해 매우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A-등급 건설사가 보증한 ABCP 차환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나, 주요 매수기반인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질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A-등급 건설사의 ABCP 차환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이지만 PF ABCP의 매수기반이 개인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유동성리스크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각 건설회사가 부담해야 할 PF ABCP 지급보증규모가 크지 않고 만기가 분산돼 있다면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시공능력 30위권 건설회사의 경우 회사당 PF ABCP 보증잔액이 평균 5063억원(2010년말 기준)으로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만기도 단기자금 조달수단인 CP의 성격 그대로 단기화 돼 있다"고 지적했다.
◆ ABCP, 시장 전체 문제 아니다
건설사에서 출발한 ABCP 시장의 경색이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엿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ABCP 담당자는 "대부분의 ABCP가 건설사 PF를 가지고 나오다 보니 ABCP의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면서도 우려가 과도하게 확산되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그는 "삼부토건이나 LIG건설과 관련해 신용경색이 온 것은 건설사와 관련한 부분"이라며 "중견건설사들이 무너지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은 맞지만 굉장히 많은 부분의 ABCP는 발행이 되고 소화도 된다"고 말했다.
등급이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ABCP는 거래가 안 되서 애를 먹고 있지만 AA-이상의 등급을 가진 건설사 보증 ABCP는 잘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현재 시장에서는 은행매입 확정 ABCP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구조화를 할 때 은행에서 신용커버를 들어간 것이라 1차적인 신용리스크는 은행에서 다 거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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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