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장도선 특파원] 미국에서 유가가 다시금 최대 정치 이슈로 등장했다.
미국의 많은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은 이미 갤런당 4달러를 돌파, 운전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치솟는 유가로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유가 상승의 책임을 물을 희생양을 찾고 있다.
폭리를 취하는 정유회사, 가격을 조작하는 투기세력, 그리고 외국산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 등 유가가 오를 때마다 통상적으로 등장하는 요인들이 거론됐지만 빠른 시일내 휘발유 가격을 떨어뜨릴 방안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바마는 마침내 지난주 산유국들에 증산을 촉구했다. 그는 TV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사우디 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고유가로 미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산유국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산유국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제한돼 있다. 동시에 백악관도 현재 산유국들과 진행중인 대화에 대해 보다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고유가로부터 인플레이션 상승과 소비지출 제약"이라는 이중의 저주가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고유가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OPEC(석유수출국기구)는 원유 증산이 유가 하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아직까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 장관 알리 나이미는 최근의 유가 상승은 투기세력에 의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시장의 펀더멘탈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도 원유에 대한 투기를 억제하고 소비국의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가가 상당수 소비자들의 고통 감내 한계선을 향해 다가가는 가운데 원유 생산량이 늘어났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정치 기류도 변화되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와 IMF(국제통화기금)은 유가 상승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국내에서는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도 발생했다.
일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빌 클린턴처럼 미국이 보유한 전략유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석유는 가장 정치적인 상품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위협을 받게 되면 항상 조치를 취했다.
[NewsPim]장도선 기자 (jds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