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민병덕 서진원 김정태, 승자는?
- 한번쯤은 자웅 겨뤄봤을 이순우 민병덕 서진원 김정태 행장
[뉴스핌=한기진 배규민 기자] 은행 내공 10갑자 이상을 가진 절대 고수 네 명이 링 위에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진검 승부뿐. 지난 22일 차기 우리은행장 발표가 있던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5층.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고수’ 이순우(61) 내정자가 소감을 적은 메모를 읽어갔다. 자신을 뽑아준 데 대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1만5000명 임직원에 대한 감사가 첫 번째. 민영화 등 포부가 두 번째 내용. 초반은 들뜬 목소리였다. 천천히 소감을 말하던 그가 멈췄다. 잠시 뒤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대한민국 1등 은행, 1등 서비스, 1등 상품….”
이날 그의 소감은 감사인사 보다 경영 계획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는 데 비중이 더 컸다. ‘은행대전(大戰)’의 신호탄인 셈이다. 경쟁자는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빅4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세 곳. 이들을 이끌고 있는 고수는 민병덕(57) 국민은행장, 서진원(60) 신한은행장, 김정태(59) 하나은행장이다.
초절정 고수의 대결은 쉽게 승패가 가려지지 않는다. 화려한 초식 대결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진진. 과연 은행대전에서 자웅을 겨룰 네 명의 비급은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웃게 될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내부 출신 은행장.. 공통점
네 명 은행장 모두 내부 출신이다. 그래서 각자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순우 행장 내정자는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출신으로 이종휘 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승진 사례.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공채로 입행, 최초로 은행장까지 올랐다. 서진원 행장은 1983년 신한은행에 합류해 '신한의 원년 멤버'의 자부심이 있다. 김정태 행장은 하나은행 출범 직후인 1992년에 합류, 김승유 회장과 함께 하나은행 신화를 이뤄왔다.
이들 모두 은행원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연령대도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다. 이 때문에 은행내 사정은 물론 서로의 사정도 훤하다.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내부 출신들로 포진된 사례는 유례가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 장악력이 강할 수 밖에 없고 서로 전략을 잘 알고 있어 각행마다 일사불란한 영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업통 대 전략통
네 명의 은행장들의 특징을 찾자면 영업통 대 전략통이다. 민병덕 행장, 김정태 행장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국민은행 젊은 직원들은 민 행장을 “영업 종결자”라고 부른다. 1981년 입행 이후 줄곧 현장에 있었다. 은행장 직전 업무도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이었다. 김정태 행장은 하나은행 창립 초기 영업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마케팅 팀장’ ‘학습조직’ ‘지점별 주특기’ 등 직원들의 영업력을 끌어낼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순우 내정자도 경력의 절반은 영업이 차지한다. 그는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실적이 바닥이었던 명동의 한 지점을 몇 년 만에 1등으로 뒤바꿔놨다”는 일화를 소개할 정도로, 영업력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서진원 행장은 인력개발, 인사, 경영기획을 맡아왔다. 그래서 전략에 능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신한지주 전략 부사장으로 LG카드 인수를 성공시켰다. 행내에서 “정통파 영업맨이라기 보다 조직관리에 능한 실무형”이라는 평이 나온다.
◆ 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이들의 일전은 시작됐다. 각행들은 한 목소리로 “영업 총력”을 외치고 있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경합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들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서 행장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취임 이후 본부장 지점장들과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가졌다. 한 직원은 “본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주로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며 “현장의 이야기를 경영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고 직원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이야기를 듣고 방향이 결정되면 반드시 실천하는 게 그다.
민 행장은 원칙과 소신을 철저히 지키는 인물이다. 기자에게 “충남 천안 성환읍의 시골마을에서 소작농의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원칙과 소신의 중요성을 배웠다”며 “내 인생철학으로 굳건히 지켜왔다”고 말했다. 일단 영업 목표를 세우면 돌진하기로 유명하다. 국민은행 한 직원은 “영업의 특성상 스트레스가 심한데도 직원들을 위로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직원들과 스킨십을 즐기기로 유명하다. 신년이면 전국 지점을 돈다. “조이 투게더(joy together)”를 외치고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씩 손뼉을 친다. 또 직원 중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용품 세트와 손수 쓴 격려 편지를 직접 보내기도 한다. 이를 받아본 한 직원이 자녀가 “아빠 회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보냈다”는 말을 듣고 즐거워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행장 내정자는 직원들과 술잔을 주고 받을 때는 꼭 손을 같이 잡는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쌓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친화력이 그의 최대 장점이면서 경영 스타일이다. 이종휘 현 행장도 “(이순우 행장 내정자는) 인맥이 아주 넓은 사람”이라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팽팽한 승부가 펼쳐질 것. 어느 은행이 우세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승부는 각행의 강점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판가름 날 수밖에 없는 일. 일각에서는 과도한 캠페인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한다. 네 명의 행장의 임기는 3년. 취임 시기가 비슷한 만큼 퇴임도 마찬가지다. 3년 뒤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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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