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신동진 기자] 어느 순간부터인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과 맞서 싸우는 개인이 이유불문하고 영웅시되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대기업과의 결투는 때론 '골리앗에 맞선 용감한 다윗'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기업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회의 정의감보다는 사익을 위한 접근이 더 많은 듯 하다.
과거와 달리 최근의 분위기는 더욱 그런 모습이다.
예전에는 선량한 소비자(시민)의 입장에서 기업에게 뭔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의 취약점을 이용, 시장을 어지럽히며 무고한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소비자들은 대기업들을 위협, 협박하면서도 양심의 가책보다는 어쩌면 자신의 정당성에 심취해있기도 한다.
업계와 학계는 이들을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들은 본래 원래 상품을 구입해 일정 기간 사용 후 제품에 문제가 있다며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하거나, 사소한 하자에 대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들의 목적이 점차 뚜렷해졌으며 행동도 과감해지고 있다. 급기야 수백만원이상의 보상금을 노리고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일을 꾸미는 소비자까지 생겨났다.
여기에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SPC그룹, 삼성전자 등과 같은 업계 1위 기업들은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최근 발생한 '쥐식빵 사건'과 '환불남' 이 두 가지 사례가 이들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말 벌어진 '쥐식빵 사건'은 뚜레쥬르 점포를 운영하던 김 모씨가 경쟁사인 파리바게뜨에 타격을 입히고자 파리바게뜨 식빵에서 죽은 쥐가 나왔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 파리바게뜨는 성탄절을 앞두고 매출에 큰 피해를 입었다.
또 지난 21일에는 휴대전화를 충전하던 중 폭발이 발생했다고 허위 신고해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피해보상금 500만원을 받아낸 이 모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20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8년부터 휴대전화, 노트북 등 다양한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을 상대로 1년에 2~3차례 이와같은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대기업들과의 싸움이 알려지자 당시 인터넷 공간에서는 삼성전자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비춰지며 수많은 지지자들을 거느리기까지 했다.
꼬리가 길면 잡히 듯, 이번 '환불남'의 자작극은 경찰에 구속되며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이와같은 블랙컨슈머들이 많아질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선량한 소비자일 수 밖에 없다. 이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소비자 보장 문제가 점점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반복되는 악성 민원으로 기업들은 소비자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회적 정의감을 가지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소비운동가'들까지 욕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블랙컨슈머'는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불린다. 자신의 소기의 목적을 위해 대기업에 '검은 손'을 내밀었다가 거절당하면 즉시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하고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며 선량한 시민들의 동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후 이를 토대로 힘을 키운 그들은 다시 업체와의 거래을 시도한다.
최근 점점 과감해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블랙컨슈머'에 대해 무조건 동정심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좀 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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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신동진 기자 (sdjinn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