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김사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자신들이 달러화를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6000억 달러 이상 추가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확실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준 의장은 5일(현지시간) CBS방송의 '60분' 프로그램에 화상 대담으로 출연, 국채 매입 규모가 결의한 것이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 같은 추가 국채 매입은 물가 그리고 경제 전반의 반응 자체에 달렸다면서, 부양 정책에 경제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거나 실업률이 지금처럼 너무 높게 유지된다면 앞서 매입 결의한 6000억 달러를 넘어서 국채를 더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 같은 양적 완화(QE) 정책이 화폐를 남발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비판에 대해서는 "우려가 과장된 것 같다"면서, "연준의 정책은 재무증권을 매입함으로써 시중 금리를 내리고 또 이런 금리 하락으로 경기 회복을 지원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정책의 어려운 점은 적절한 시점에 출구전략을 실행하는 것인데, 연준은 잘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담에서 버냉키 의장은 9.8%까지 높아진 실업률이 5%~6% 정도의 보다 정상적인 수준까지 하락하려면 약 4~5년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작심한 듯 "지금 연준이 하고 있는 일이 달러를 찍어 내는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달러화를 찍어낸다고 해서 유통되는 화폐, 즉 통화량 자체가 크게 변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크게 변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통화정책 상의 가속기를 강하게 밟고 있기는 하지만, 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지 않거나 대출 수요가 강하지 않은 이상 통화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일부 회의론자들이 과거 경험상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유동성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연준은 마음만 먹으면 15분 안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면서 "적절한 시점이 되어서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금리를 올려 긴축 정책을 단행하고 경기를 완화시키면서 물가압력을 억제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번 대담에서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정책의 배경 중 하나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있다면서, 이 위험이 크지는 않지안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해 "아직 자신의 발로 회복세가 진행되는 정도가 아니며 그 경계지점에 와있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 하강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 빈부 격차가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확대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득 불균등과 부의 불평등이 증가한 것은 매우 나쁜 상황의 전개"라면서 "미국 사회가 양분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실업자들 중에서 40% 정도가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인 상황이 우려된다고 버냉키 의장은 강조했다.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CBS의 '60분' 방송에 출연한 버냉키의 이번 대담은 화요일 전체가 방영될 예정이다.
이번 CBS방송과의 대담은 버냉키 의장이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내외 비판에 맞서 입장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같은 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