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의 기본원칙에는 ‘신의성실 원칙’이란 것이 있으며, 우리민법 제2조는 ‘신의성실’이란 표제하에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명문으로까지 규정해 두었습니다. 신의성실 원칙이 어떠한 사례에서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오늘 살펴 볼 ‘경업금지’원칙도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신의성실원칙’의 손자뻘쯤되는 위치에서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례 1] 甲은 인근에 맛있기로 소문난 ‘선지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乙에게 권리금 5000만원에 해장국집을 양도하였습니다. 그런데 乙은 예상한 것만큼 장사가 되지 않았고, 나중에 들어보니 甲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아들 丙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낸 다음 ‘우거지해장국집’을 새로이 오픈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례 2] 甲은 乙자동차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중, 乙회사의 경쟁업체인 丙회사에 자동차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丁회사의 이사가 되었습니다.
[사례 3] 甲은 乙전자회사의 반도체 기술개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乙회사를 퇴직하고 벤처기업인 丙회사를 차렸는데, 알고 보니 丙회사는 乙회사의 핵심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위 사례들에서 乙은 甲(사례1은 丙포함)에게 어떠한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사례 1]을 보겠습니다. 상법 제41조(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에 따르면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양도인은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 기간과 관련하여 ① 동종영업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경우에는 20년, ② 동종영업에 대한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10년 동안 동종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甲은 乙과 丙을 상대로 경업금지가처분을 하고 영업폐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선지’해장국이냐 ‘우거지’해장국이냐가 동종영업과 관련하여 문제될 수 있겠지만, 권리금을 수수한 행위는 단골손님들에 대한 권리까지 양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넓은 의미의 동종영업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취지에서 ‘카페00’이란 커피점을 양도하고, 맞은 편에 음료․커피 등을 파는 제과점을 개업한 사람은 빵을 제외한 나머지 커피, 차, 아이스크림, 쥬스 등은 팔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0. 10. 6. 선고 2010가합5401 판결).
다음으로, [사례 2]를 보겠습니다. 이사는 회사의 소속원으로서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일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사뿐만 아니라 지배인이나 점장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선관주의의무 및 경업금지의무를 우리 상법에서는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상업사용인(제17조), 대리상(제89조), 합명회사 사원 및 합자회사 무한책임사원(제198조, 제269조). 주식회사 및 유한회사 이사(제397조, 제567조)은 영업주의 허락이나 이사회의 승인 등이 없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하여 동종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다른 상인의 상업사용인 또는 회사 임원이 될 수 없고, 따라서 甲은 乙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례 3]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현행법상으로는 앞서 살펴 본 영업양도인, 상업사용인, 주식회사의 이사 등에 대한 경업금지의무 규정이 있을 뿐, 일반 근로자의 경업금지의무에 관하여는 아무런 입법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본건에서 甲은 경업금지규정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는 없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개별적인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려서 ‘전직 근로자에 의한 기업주의 영업비밀 유출’이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러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근로자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정보화시대에 있어 기술이나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영업비밀보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적 손해배상청구는 그 실효성이 없는 대책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업비밀이 유출되기 전에 사업주는 근로자에 대하여 ‘전직(轉職)․전업(轉業)금지, 영업비밀공개금지 가처분’을 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사전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근로자의 경우 경업금지를 명하는 현행법규가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기업주가 근로계약상의 특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통하여 근로자와 사이에 별도로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전적금지 등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변호사 임상구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