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지난 28일 아일랜드 채무 위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850억 유로(115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 승인했다.
이와 함께 재무장관들은 프랑스와 독일의 합의를 기초로한 항구적인 위기해결 시스템인 유럽 안정성 매커니즘(ESM)의 개요에 대해 승인했다.
◆ 채권보유자들, 2013년 이후 부실부담 떠안을 듯
프랑스와 독일 간의 합의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EU 주변국들의 국채 부실에 따른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관측으로 아일랜드 위기가 심화됐다.
올리 렌 역내금융통화담당최고위원은 오는 2013년 이후에는 민간 채권투자자들도 소버린 채무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유럽 중앙은행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이번 위기의 해결에 IMF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EU는 자체적으로 채권자들에 영향을 미치는 채무 구조조정에 관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ECB 정책이사는 아일랜드 패키지에 '헤어컷'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앞으로도 이런 원칙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노무라의 피터 웨스터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며 "본질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우스웨스트 증권의 마크 그랜트 채권상품 책임자는 "현 시점에서 위기의 전염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유로존이 구조적 결함으로 가득찬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독일을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인식한 누아예 이사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의 적자 감축 계획에 대해 우려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 계획은 IMF의 승인을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일랜드, 2015년까지 재정적자 규모 GDP 3% 이하로 낮춰야
아일랜드는 구제금융 승인의 조건으로 오는 2015년까지 예산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12.5% 수준의 낮은 세율로 유명한 아일랜드 법인세는 변경되지 않는다.
아일랜드 구제금융 자금 가운데 350억 유로는 아일랜드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100억 유로 정도는 즉시 시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IMF는 225억 유로를 지원키로 했고 아일랜드 정부는 175억 유로 규모의 연금을 지출키로 했다.
이번 구제금융 자금의 금리는 평균 5.8%로 결정됐다.
하지만 렌 집행위원은 최종금리는 다음주께 결정될 것이라며 평균 6%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아일랜드 위기 타결. 유로화 소폭 반등
이번 발표로 유로화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국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2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2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3220달러 선으로 소폭 회복세를 나타냈다.
또한 이같은 우려로 인해 유럽 증시의 은행주들은 지난 주말 아일랜드 채권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감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채무 위기로 인해 유로화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모습이다.
EU 관계자들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간의 위기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위기에 빠질 경우 경제적 관련성이 높은 스페인으로도 위기가 빠르게 전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EU나 ECB 관계자들은 유럽 채무 위기가 개별국가의 위기이지 유로화와는 무관한 것이라거나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