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 기자]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택거래가 심각한 수준으로 급감함에 따라 정부가 지난달 29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8·29 부동산대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8·29 대책은 실수요자들이 투기지역이 아닌 곳에서 9억원 미만 주택을 매입할 때 은행이 내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자율적으로 심사토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는 DTI규제 완화와 함께 거론됐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올해 말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2주택 50%, 3주택 60%)완화 제도의 일몰 시한이 2년 연장되면서 최소 6~35%의 일반 세율이 적용되며 취·등록세 50% 감면 시한 역시 1년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지난 4·23대책을 보완, 신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소유한 투기지역 이외 기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자금지원 요건을 완화, 입주예정자의 소유 주택도 포함해 85㎡이하는 유지하되 종전 6억원 미만으로 제한됐던 규제도 소멸시켰다.
하지만 정부의 파격에 가까운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잠잠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일부 지역 부동산시장에서는 대책 이전 간헐적으로 나오던 급매물마저 오히려 자취를 감췄다.
정부의 대책발표 이전 주택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탓에 시세 하락이 바닥을 치면서 당장 급전이 필요한 집주인들이 간혹 급매물을 내놓았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는 가격 하락이 더이상 바닥을 치지 않을 것 이라는 심리가 높아지면서 부동산시장의 급매물은 찾아 볼 수 없는 상태다.
실제 대규모 입주가 한창 진행중인 경기도 고양 덕이지구를 비롯해 용인 성복지구의 부동산시장은 대책 발표에 따른 변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덕이지구 A아파트 입주 예정자 김모(42세)씨는"기존 주택이 팔려야 하는데 시장 침체로 시세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매가 되지 않아 입주를 앞두고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한 용인 성복지구의 상황도 덕이지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번 대책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 한도가 종전보다 높아졌지만 이미 바닥의 끝자락까지 떨어져버린 거래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언이다.
용인 성복지구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8·29대책으로 대출 여력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매수세가 따라주지 않아 가격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라며"특히 성복지구 아파트 대부분이 적지 않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보이고 있어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이상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에 한해 시행되는 DTI의 선별적 완화 방식으로는 오랫동안 경색된 주택거래 활성화를 실현하기에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으로 기존 보다 대출의 폭은 높아졌다 하더라도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욕구를 끌어내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무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금까지 DTI 한도는 서울 강남3구가 40%, 그외 서울 지역이 50%, 인천,경기도 60%로 제한된 상태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의 DTI 평균이 23%로 규제 한도에 못미치고 평균 DTI 소진 비율은 20%정도에 머물고 있다.
결국 DTI한도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없이 DTI한도 폐지 효과는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유앤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실수요자들을 위한 이번 대책은 거래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무엇보다 금리인상기에는 실수요자들에 의한 DTI규제완화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역설적으로 DTI규제 완화는 주택가격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금리인하기에 시행되는게 오히려 거래활성화 및 실수요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