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무려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유럽의 대규모 구제금융 패키지가 도입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이 다소 완화되는 듯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강력하게 남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주요 당국자들이나 언론 매체들은 일제히 "제2의 금융위기 사태"가 도래할 위험에 주목하고 있는데, 특히 일부 대형 유럽 금융기관들의 단기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한 뒤에 내려오지 않고 있어 그 배경과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금융권의 단기 자금조달 비용의 지표가 되는 리보(Libor) 금리는 올해 연초에 3개월 달러화 기준으로 0.25% 밑으로 하락하더니 3월 이후 꾸준히 상승, 이번 주초에는 0.46%에 이르면서 지난 2009년 중순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유로화 기준 3개월짜리 은행간 대출금리인 유리보는 올해 3월에 0.6% 아래로 떨어진 뒤 반등, 월요일에는 0.63125%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형 금융기관들의 단기 조달금리가 상승한 배경은 금융시장의 '카운터파트 리스크(counterpart risk)'가 다시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위기에서 거리가 먼 국가의 대형 금융기관들도 그리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등의 위험국가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것이 문제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영국이나 여타 유럽 대륙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자금 대출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 위험 부담이 높아진 은행들이 보유한 위험 국가들의 국채를 매각하려고 해도 거의 이를 인수할 대상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한 자금조달이 난항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된다.
◆ 유럽은행권, 매일 미국돈 5000억 달러 사용하는 곳 - NYT
뉴욕타임스(NY Times)는 "유럽 위기가 눈사태가 될 위험이 우려된다"면서, 매우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은 바로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유럽은행권은 매일 미국인 투자자들의 단기 자금 5000억 달러를 융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돈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저축을 보유한 보수적인 펀드에서 나온 것으로, 유럽계 은행권으로의 대출을 줄이거나 더욱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나아가 좀 더 상환시점을 앞당기는 양상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머니마켓 조사업체인 라잇슨ICAP의 루 크랜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뽑아서 가까운 곳으로 가져다 두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원래는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이 이들 미국인 자금의 도피에 직면했으나, 최근 몇 주 사이에는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고 이탈리아도 미국인 자금을 활용하기 힘들어졌다.
나아가 지난 주말에는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 등 유로존 핵심국의 은행들조차 이들 자금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JP모간 증권의 단기채권 분석가인 알렉스 뢰버는 "지금 투자자들은 구제 패키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상황이며 이들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면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미국계 달러 자금의 회수 때문에 런던시장에서는 달러화 리보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리보의 변화는 단순히 유럽 자금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 기준금리를 이용해 미국에서도 모기지나 신용카드 이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 중앙은행, 구원투수로 나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황은 중앙은행들이 개입하도록 강요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일 1조 달러 규모의 구제 패키지에 일부분으로 참여, 유통시장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국채를 인수함으로써 이들 나라 정부는 물론 어려움에 빠진 금융권에도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적극 대응하고 나서면서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직 ECB의 시도는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며,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5대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달러스왑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도 주목된다.
은행권의 조달 금리는 아직 최근 위기가 한창일 때보다는 크게 낮지만, 유럽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의 금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은 곧장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채널을 작동시켰다.
이는 해외 중앙은행을 통해 유럽시장 등 일부 자금 경색 조짐이 보이는 해외시장에 달러화 자금을 흘려보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스왑을 통해 ECB나 스위스국립은행(SNB), 영란은행(BOE) 그리고 일본은행(BOJ) 등을 통해 주요 국제자금센터에서 은행에 필요한 달러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은행들이 '낙인(烙印)'이 붙을 수 있는 이 자금을 선뜻 가져다 쓰려고 할 것인지는 전혀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결국 이 프로그램이 곧 도입될 수밖에 없으리란 관측이 이미 파다했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이 달러스왑 자금은 유럽은행권이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자금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유럽에서 돈놀이를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나라야나 코처라코타는 미국 중소기업협회에서 "유럽을 특별히 사랑해서 그 같은 스왑 재개를 단행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유동성 문제가 미국의 금융시장에도 위험한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조짐이 보였다"고 스왑 재개 결정의 배경을 털어놓았다.
◆ 구제금융,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 아냐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작금의 상황에 돌입한 것은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채무 위기 상황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오래 끌어왔기 때문이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처럼 1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패키지가 합의되자 금융시장에서는 국가 부도 사태와 이것이 주변 국가들로 빠르게 전염될 위험에 대한 우려가 들불처럼 퍼졌다. 그리스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고 불안 사태는 해결책이 거의 없다는 인상마저 제공했다.
자금시장의 경고 신호가 울린 가운데, 위험의 또다른 지표인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하면서 금융시스템과 자본시장의 긴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은 바싹 긴장하면서 가급적 신규 대출은 줄이고, 기존의 대출도 어떤 식이든 구실만 있으면 회수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금융기관들의 위기시 보이는 행태는 회복 시도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부담이다.
물론 이번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 추세나 모양새를 유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 가운데 1조 달러 구제 패기지 도출 이후 급등했던 글로벌 증시는 지난 주말까지 급락 양상을 보였고, 이번 주초에는 중국 증시가 폭락 양상을 보이게 한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자 기사를 통해 우니크레디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르코 아눈지아타가 "유동성 경색 상황으로 옮겨갈 위험이 상당하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장은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금융시장의 긴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어 분명히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고 강조했다.
CDS 프리미엄 동향을 추적하고 지수를 산출하고 있는 기관인 마르키트(Markit)에 따르면 은행의 부도 위험을 방어하는 보험 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급증했다.
은행권은 머니마켓펀드(MMF)의 단기 투자처가 되었다가 그리스 사태에 따른 우려 때문에 보다 안전한 미국 국채 등으로 이동한 것 때문에도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양상은 2008년 위기 때에도 은행권의 자금 고갈로 인해 제너럴일렉트릭(GE)과 AT&T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자금조달단에 직면하게 만들 그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바로 '은행권의 자금조달 압박'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의 감추어진 배경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소시에테 제네랄(SocGen)의 분석가들은 지난 주말 제출한 '유럽 조달 위기가 글로벌화되고 있어'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압력이 자산의 유동화(청산)을 이끌고 있으며 이는 손쉽게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전염' 양상으로 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현상이 지난 목요일 글로벌 증시의 급락의 일부 원인이며 이런 분위기가 주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점차 금융위기 때와 유사, 유동성 프로그램은 작동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급박한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의 전개 때보다 지금의 유동성 경색 양상이 완만하고 덜 위험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정책적인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이미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권의 상황은 과거에 비해 나아 보인다는 평가다.
일례로 최근 스페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방코 산탄데르와 같은 은행의 조달비용을 크게 높였다. 이들이 발행한 장기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CDS프리미엄은 5년래 최고 수준을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주 방코산탄데르의 최고채무담당 이사은 이 같은 조달 비용의 상승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기본 재무여건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그는 산탄데르가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 등에 270억 유로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1.1조 유로의 자산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탄데르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건전하고 금융위기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은 은행으로 평가되어 왔기 때문에, 최근 이들의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주요 당국자들이나 언론 매체들은 일제히 "제2의 금융위기 사태"가 도래할 위험에 주목하고 있는데, 특히 일부 대형 유럽 금융기관들의 단기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한 뒤에 내려오지 않고 있어 그 배경과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금융권의 단기 자금조달 비용의 지표가 되는 리보(Libor) 금리는 올해 연초에 3개월 달러화 기준으로 0.25% 밑으로 하락하더니 3월 이후 꾸준히 상승, 이번 주초에는 0.46%에 이르면서 지난 2009년 중순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유로화 기준 3개월짜리 은행간 대출금리인 유리보는 올해 3월에 0.6% 아래로 떨어진 뒤 반등, 월요일에는 0.63125%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형 금융기관들의 단기 조달금리가 상승한 배경은 금융시장의 '카운터파트 리스크(counterpart risk)'가 다시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위기에서 거리가 먼 국가의 대형 금융기관들도 그리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등의 위험국가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것이 문제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영국이나 여타 유럽 대륙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자금 대출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 위험 부담이 높아진 은행들이 보유한 위험 국가들의 국채를 매각하려고 해도 거의 이를 인수할 대상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한 자금조달이 난항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된다.
◆ 유럽은행권, 매일 미국돈 5000억 달러 사용하는 곳 - NYT
뉴욕타임스(NY Times)는 "유럽 위기가 눈사태가 될 위험이 우려된다"면서, 매우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은 바로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유럽은행권은 매일 미국인 투자자들의 단기 자금 5000억 달러를 융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돈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저축을 보유한 보수적인 펀드에서 나온 것으로, 유럽계 은행권으로의 대출을 줄이거나 더욱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나아가 좀 더 상환시점을 앞당기는 양상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머니마켓 조사업체인 라잇슨ICAP의 루 크랜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뽑아서 가까운 곳으로 가져다 두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원래는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이 이들 미국인 자금의 도피에 직면했으나, 최근 몇 주 사이에는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고 이탈리아도 미국인 자금을 활용하기 힘들어졌다.
나아가 지난 주말에는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 등 유로존 핵심국의 은행들조차 이들 자금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JP모간 증권의 단기채권 분석가인 알렉스 뢰버는 "지금 투자자들은 구제 패키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상황이며 이들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면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미국계 달러 자금의 회수 때문에 런던시장에서는 달러화 리보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리보의 변화는 단순히 유럽 자금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 기준금리를 이용해 미국에서도 모기지나 신용카드 이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 중앙은행, 구원투수로 나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황은 중앙은행들이 개입하도록 강요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일 1조 달러 규모의 구제 패키지에 일부분으로 참여, 유통시장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국채를 인수함으로써 이들 나라 정부는 물론 어려움에 빠진 금융권에도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적극 대응하고 나서면서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직 ECB의 시도는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며,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5대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달러스왑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도 주목된다.
은행권의 조달 금리는 아직 최근 위기가 한창일 때보다는 크게 낮지만, 유럽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의 금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은 곧장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채널을 작동시켰다.
이는 해외 중앙은행을 통해 유럽시장 등 일부 자금 경색 조짐이 보이는 해외시장에 달러화 자금을 흘려보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스왑을 통해 ECB나 스위스국립은행(SNB), 영란은행(BOE) 그리고 일본은행(BOJ) 등을 통해 주요 국제자금센터에서 은행에 필요한 달러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은행들이 '낙인(烙印)'이 붙을 수 있는 이 자금을 선뜻 가져다 쓰려고 할 것인지는 전혀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결국 이 프로그램이 곧 도입될 수밖에 없으리란 관측이 이미 파다했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이 달러스왑 자금은 유럽은행권이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자금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유럽에서 돈놀이를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나라야나 코처라코타는 미국 중소기업협회에서 "유럽을 특별히 사랑해서 그 같은 스왑 재개를 단행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유동성 문제가 미국의 금융시장에도 위험한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조짐이 보였다"고 스왑 재개 결정의 배경을 털어놓았다.
◆ 구제금융,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 아냐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작금의 상황에 돌입한 것은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채무 위기 상황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오래 끌어왔기 때문이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처럼 1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패키지가 합의되자 금융시장에서는 국가 부도 사태와 이것이 주변 국가들로 빠르게 전염될 위험에 대한 우려가 들불처럼 퍼졌다. 그리스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고 불안 사태는 해결책이 거의 없다는 인상마저 제공했다.
자금시장의 경고 신호가 울린 가운데, 위험의 또다른 지표인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하면서 금융시스템과 자본시장의 긴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은 바싹 긴장하면서 가급적 신규 대출은 줄이고, 기존의 대출도 어떤 식이든 구실만 있으면 회수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금융기관들의 위기시 보이는 행태는 회복 시도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부담이다.
물론 이번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 추세나 모양새를 유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 가운데 1조 달러 구제 패기지 도출 이후 급등했던 글로벌 증시는 지난 주말까지 급락 양상을 보였고, 이번 주초에는 중국 증시가 폭락 양상을 보이게 한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자 기사를 통해 우니크레디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르코 아눈지아타가 "유동성 경색 상황으로 옮겨갈 위험이 상당하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장은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금융시장의 긴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어 분명히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고 강조했다.
CDS 프리미엄 동향을 추적하고 지수를 산출하고 있는 기관인 마르키트(Markit)에 따르면 은행의 부도 위험을 방어하는 보험 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급증했다.
은행권은 머니마켓펀드(MMF)의 단기 투자처가 되었다가 그리스 사태에 따른 우려 때문에 보다 안전한 미국 국채 등으로 이동한 것 때문에도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양상은 2008년 위기 때에도 은행권의 자금 고갈로 인해 제너럴일렉트릭(GE)과 AT&T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자금조달단에 직면하게 만들 그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바로 '은행권의 자금조달 압박'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의 감추어진 배경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소시에테 제네랄(SocGen)의 분석가들은 지난 주말 제출한 '유럽 조달 위기가 글로벌화되고 있어'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압력이 자산의 유동화(청산)을 이끌고 있으며 이는 손쉽게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전염' 양상으로 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현상이 지난 목요일 글로벌 증시의 급락의 일부 원인이며 이런 분위기가 주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점차 금융위기 때와 유사, 유동성 프로그램은 작동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급박한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의 전개 때보다 지금의 유동성 경색 양상이 완만하고 덜 위험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정책적인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이미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권의 상황은 과거에 비해 나아 보인다는 평가다.
일례로 최근 스페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방코 산탄데르와 같은 은행의 조달비용을 크게 높였다. 이들이 발행한 장기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CDS프리미엄은 5년래 최고 수준을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주 방코산탄데르의 최고채무담당 이사은 이 같은 조달 비용의 상승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기본 재무여건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그는 산탄데르가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 등에 270억 유로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1.1조 유로의 자산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탄데르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건전하고 금융위기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은 은행으로 평가되어 왔기 때문에, 최근 이들의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