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AE 전체 신뢰도 훼손…투자자들 곤혹
(아직도 건설 중인 두바이 비지니스베이. 뒷편으로 완공을 앞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가 보인다. 사진 출처=블룸버그통신, WSJ에서 재인용)
[뉴스핌=김사헌 기자] 뉴욕이 추수감사절 휴일로 들떠있는 동안, 두바이 발(發)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 26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데 이어, 유럽 증시가 3% 넘게 하락하면서 7개월 만에 최대 폭락 양상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안전 도피'로 인해 독일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미국 달러화는 15개월 저점에서 반등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14년 최고치로 급등했다. 금 시세는 온스당 1200달러 선을 위협했다.
그나마 월가는 추수감사절 휴일로 인해 직격탄은 피해갔지만, 장외 거래의 S&P500 지수선물은 급락 양상을 보이면서 뉴욕 증시로 보면 약 2.2%의 하락을 예감했다.
지난 수요일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월드(Dubai World)' 및 그 자회사 '나킬(Nakheel)'의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면서, 이들의 채무상환을 중단하고 내년 5월말까지 만기를 연장해 줄 것을 채권단에게 요청했다. 항만운영업체인 DP월드과 그 채무는 이번 조정 대상에서 예외로 했다.
두바이 5년물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연이틀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관련 정보업체 CMA 데이터비전에 따르면 지난 25일 뉴욕시장에서 440bp(1bp=0.01%포인트)였던 이 스프레드는 목요일 한때 534.8bp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는 1000만 달러의 채권에 대한 손실 보험 비용이 53만 4800달러에 이른다는 얘기와 같다.
여타 중동 국가들의 CDS프리미엄도 덩달아 올라갔다. 아부다비의 5년물 CDS프리미엄이 136.4bp에서 159.6bp로 상승했고, 카타르의 경우 103.7bp에서 146.8bp로 확대됐다. 사우디의 경우 90.4bp에서 108.9bp로, 바레인은 194.5bp에서 223.5bp로 올라갔다.
(2009년 10월 8일 현재. 아직도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형인 두바이 현장. 사진 출처=뉴스핌)
◆ 두바이 사태, 'UAE' 전체 신뢰도 훼손
이번 채무상환 중단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바이의 재무적 명성을 훼손한 것이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이즈 TSB의 시장전략가인 네임 와히드(Naeem Wahid)는 "이번 사태가 규모 면에서 엄청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지난 해 저금리 완화통화 정책으로 회복하고 있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또다른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사례의 우에는 아직도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고 이에 따라 앞으로도 부정적인 서프라이즈 사태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은 유럽은행들이 두바이에 최대 400억 달러 정도까지 손실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추정했다. 그 중에서 2006년 이래 두바이월드인베스트먼트가 발행한 채권이 100억 달러에 이르고 그 외에 260억 달러 정도가 신디케이티드론이라고 CS는 구분했다.
이날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분석가는 "두바이월드의 상환 중단 결정이 자발적인 것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는 사실상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사태)'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날 두바이 국영 6개 기업의 채권발행자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이가운데 '이마르 프로퍼티즈(Emmar)' 등 4개사의 발행자 등급을 정크수준으로 강등했다. 삼성물산과 가장 관련깊은 이마르의 경우 등급이 4계단 하락한 BA2 등급을 기록, 정크수준으로 강등당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이미 이마르를 비롯한 두바이 국영기업 5곳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시키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S&P는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디폴트'로 간주될 수도 있으며, 이는 두바이 정부가 적절한 시점에 금융지원을 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P에 따르면 현재 두바이 정부와 국영기업들이 향후 3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채무는 모두 500억 달러에 달한다. 당장 12월에 만기 도래하는 나킬의 35억 달러 규모 5년물짜리 수쿠크 채권이 일차적인 상환 연기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현지 통신에 따르면 이 채권을 보유한 일부 채권단이 목요일 오후 늦게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편 영국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 Ratings)의 신용분석가 리처드 폭스는 "이번 두바이 정부 발표의 가장 부정적인 영향은 바로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전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손상되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제는 정부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영국 금융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바이 정부가 많은 것들을 제대로 설명하고 방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FT는 "항상 문제는 금융투자자들이 한정된 사실 정보만 가지고 있거나 일부는 완전히 잘못된 가정을 세우고 있을 수 있다는데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사례와 같이 두바이의 경우도 거의 진공상태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사태가 전개될 것이며 투자자들이 몹시 곤혹스러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