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사흘째 하락했다.
중국의 주가 조정과 유로존의 금리인상에도 주가가 꿋꿋이 버텨내면서 엔캐리 청산 우려감을 씻어냈다.
특히 930원대 접근을 시도하자 수출업체들이 대거 네고를 출회시키는 등 그동안 환율 하락으로 매도를 꺼렸으나 이날 환율이 상승하자 서둘러 매물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은 930원의 저항을 맞고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뒤 결국에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또한 국내 코스피주가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3700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무시한 채 1750선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국내 주가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의 상승 ‘불가능론’이 제기되는 모습도 보인다.
이는 그간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환율 레벨 부담으로 하락 여지가 제한됨에 따라 반대로 상승시도를 보였던 시장의 매수세가 후퇴하고 있다는 진단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그럼에도 ‘매수세의 숙명’인 양 시중은행들은 역외 매수를 고대하며 장중 롱플레이에 집중했으나 결국은 매번 실패로 귀결됐다.
더욱이 지난번 중국 증시 폭락 때나 이번 국내 주가 조정이 급하게 진행되는 듯하는 상황에서 930원대 접근이 이루질 수 있지 않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동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930원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와 비례해서 ‘물량 부담이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였고, 이내 그 결과로 환율을 하락하고 말았다.
전날의 경우도 유로존의 금리인상 속에서 유럽과 미국의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주가 조정-환율 하락 시도가 이어졌으나 결국은 물량에 밀리며 시장세력들이 적잖이 손해를 보게 됐다.
(이 기사는 8일 오전 8시 24분 유료회원들께 앞서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다시금 ‘엔캐리 청산’ 우려감이 변동성을 몰고와서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전날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다소 뜻하지 않게, 아니면 좀 이른 듯하게 미국 연준의 추후 금리인상 우려감이 돌았고, 이런 가운데 미국의 시장금리를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면서 엔캐리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엔화 강세가 빚어졌다.
미국의 10년물 재정증권 수익률은 5.13%로 지난 2004년 5월 17일 이래 최대의 급등폭을 보였고, 뉴욕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 S&P500, 나스닥 지수가 1.5% 이상 급락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121선대를 하향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유로/엔은 162엔대로 급락하며 엔 크로스 환율의 강세라는, 이른바 엔캐리 청산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증권거래세 인상에 따른 아시아 이머징 마켓의 급조정, 유로존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 메이저시장의 조정이 있었으나, 드디어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의 급조정이 여타 시장에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둬야할 것 같다.
달러/원 환율은 여전히 증시 조정폭에 대한 경계심 속에서 움직이되 이날은 유로/엔의 급락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차익실현의 성격이 강하지만, 또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중장기 엔캐리 청산에 대한 대비라는 리스크 회피에 만전을 기하면서 시장에 단정적 예단을 삼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925~933원대의 박스권 속에서 하향 테스트가 전개되고 있는데, 전날 반등 실패 속에서도 미국 시장의 급조정이 반등 여지를 다소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927.60원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나 역외의 엔/원 매수 여부를 주시하는 가운데 925.50~928.90원, 좀더 넓게는 924.30~930.90원 수준에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