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의 퇴임사 전문입니다.
< 퇴임의 변 >
대학 시절 한문 공부할 때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글귀를 발견한 것이 「功成身退」였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었으면 그 자체가 큰 보람인 만큼 물러서야 한다는 뜻인데 그때 이후로 늘 주변에 적어두고 가슴에 담고 있었습니다.
지난 6년간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차관으로 봉직하면서 정책의 큰 방향을 정립하는 일에 일익을 담당하는 세객(說客)과 같은 역할을 해 왔으며, 역대 부총리님들의 지도와 동료 직원들의 도움에 힘입어 제가 생각하던 정책방향들이 나름대로 정부의 정책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제게 큰 보람입니다.
첫째, 일자리 창출은 이제 서비스 산업에서만 가능한 만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화가 한국경제의 핵심과제라고 하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둘째,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개방 이외에는 길이 없다는 생각이 경제자유구역과 한미 FTA를 비롯한 전방위 FTA 추진 전략 등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셋째, 한국 농업의 살길은 경쟁력 있는 농업경영체를 육성하여 「농사에서 농업으로」탈바꿈 하는데 있다는 것이 농정의 기본방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넷째, 지역균형발전의 길은 다른 지역과 같아지려고 하기보다 다른 지역과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지역균형발전특구법의 시행과정을 통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섯째, 부동산시장 안정의 양대축인 수요관리정책과 공급확대 정책 중 일부 차질을 빚었던 후자에 대해 정부가 모든 역량을 기울이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애착을 가진 이 정책들이 실천에 옮겨지는 데에도 기여하고, 성과를 거두는 것도 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마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 될 것입니다.
공직생활 30년을 넘어서면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순탄하게 승진하는 행운을 누린 저의 마지막 소망은 누군가로부터 나가달라는 말을 듣기전에 스스로 물러서는 신퇴(身退)의 미덕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좀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 만큼 「너무 늦지는 않게 물러났다」는 평가라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만 다시 짚어보니 취임시에 드린 말씀과 대동소이한 것이어서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한가지만 다시 옮기면, 국민을 보다 자유롭게 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발전의 요체인 만큼,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획일적 규제에 의해 해결하려고 들기 전에 자율, 자치, 분권의 방식으로 해결할 길이 없는가를 꼭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자는 작은 문제를 모아 크게 만드는 길이고 후자는 큰 문제를 나누어 작은 문제도 만들 수 있는 길입니다.
제자신의 공직생활을 모양 좋게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에 대통령님과 부총리님을 끝까지 보필하지 못하게 된 죄송함을 후배 여러분들이 승진․영전을 해서 더 큰 의욕으로 열심히 보좌함으로써 조금 이라도 덜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07년 2월 6일
박병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