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이 1991년 이래 10배 이상 증가하면서 이자 지급액이 무려 60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안증권 발행잔액이 급증하면서 통안정권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통안증권을 발행하는 악순환으로 당초 통안증권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한은 적자는 물론 통화정책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비례대표)은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1년부터 2006년 8월 말까지 15년 8개월 동안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 이자로 지출한 금액만 무려 60.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8월 말 현재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 162.6조원의 37.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 이자가 이자를 낳는 악순환
통화안정증권은 시중 통화량을 흡수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이지만 통안증권 이자 지급액이 오히려 통화량을 증가시킨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규모는 1990년말 현재 15.2조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6.8월말 현재 무려 10.7배가 늘어나 162.6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 통안증권 이자지급액만 해도 무려 총 60.6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중 본원통화가 13.8조원에서 42.7조원으로 약 28.9조원 증가하였음을 감안하면, 통안증권 이자지급액은 본원통화 증가규모의 2.1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국제수지 흑자로 인한 통화팽창 요인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국은행은 이 기간동안 최소한 31.7조원(60.6조원-28.9조원) 어치의 통화안정증권을 다시 발행해서 통안증권 이자로 인해 늘어난 시중 통화량을 흡수해왔다는 얘기다.
◆ 통화안정증권 이자는 한국은행 3년 연속 적자의 주범
한국은행은 지난 2004년에 1,502억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2005년도에는 사상 최대인 1조8,77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2006년도에도 한은은 예산서상 1조8,18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고,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1조4,1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한국은행의 예산서에 나타난 2006년의 통화안정증권 이자지급금액은 전년도에 비해 14.7%(9,044억원) 늘어난 총7조484억원으로서 한국은행의 2006년도 총비용(영업비용+영업외비용) 규모 11조8,229억원의 59.6%에 해당한다. 그리고 2006년 상반기 실적을 보더라도 총비용 규모 5조3,900억원 중 통안증권 이자지급액이 60.5%인 3조2,583억원을 차지하였다.
◆ 통안증권 부담은 통화금융정책의 불안정성을 초래
윤건영 의원은 “통화안정증권 규모가 너무 커지면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을 펴는 데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통안증권 이자지급으로 인한 통화증발 압력이 더욱 커지게 됨은 물론이고 통안증권 발행 확대로 인해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 통화금융정책의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는 것.
윤 의원에 의하면 통화금융정책의 불안정성은 통화안정증권 잔액과 본원통화 잔액의 비율을 보면 쉽게 나타난다. 실제로 1997년까지 이 비율은 약 1.0배 내외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 비율은 1.8~2.4배 수준으로 증가하였다가, 2003년부터 다시 급증하여 2006.8월말 현재 약 3.8배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이자가 이자를 낳는 악순환의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안증권 발행규모 급증과 이자지급액 급증, 그리고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누적적자 심화로 인해 한국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폭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윤건영 의원은 “통화안정증권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사항”이라며, “여태까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문제가 더욱 커지도록 내버려둔 것은 한국은행이 너무 현실에만 안주해온 것이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