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주택경기 하강에 따른 부담과 인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해 줄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美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1면 기사로 보도했다. 이 같은 양상은 지속적인 유가의 고공행진이 경기침체 우려를 더할 것이란 종전의 기대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77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번 주 화요일 배럴당 63.76달러까지 하락하며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평균소매판매 가격은 갤런당 3.08달러에서 2.67달러로 내려섰다. 이 가운데 자넷 옐렌(Janet Yellen) 샌프란시스코 연준총재는 "최근 유가하락이 소비를 부양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줄일 것 같다"는 발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 美 4Q 성장률 최대 3.7%까지 높아질 수도 -JP모간 체이스
신문은 이와 관련 로버트 멜먼(Robert Mellmann), JP모간 체이스 선임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나온 질문들 중 99%는 주택경기 둔화의 악영향에 대한 것이었으며, 내 생각에는 시장이 유가하락에 따른 부양요인에는 너무 무관심한 듯 하다"는 발언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멜먼은 휘발유 도매가격 하락 폭을 감안할 때 소매 휘발유가격이 갤런당 2.3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소비지출 증가율이 1% 포인트 증가하고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3%에서 최대 3.7%까지 상향수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간 체이스는 아직 공식적으로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한편 WSJ는 유가하락이 소비를 부양한다면 기업 경기신뢰도 역시 개선될 것이라며,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월마트(Wal-Mart)나 타겟(Target)과 같은 소매업체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유가하각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한 미국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여타 세계경제의 경기를 부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물가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다면 유럽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수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데이빗 브라운(David Brown) 베어스턴스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가하락이 워낙 급격해서 모든 전문가들이 자신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재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가 영향 너무 과장해선 안 돼.. 다시 70달러 선 회복할 수도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이 모두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낸시 레이자(Nancy Lazar) ISI그룹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유가변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지난 수년간 유가상승이 경제에 미친 영향도 아직 다 반영된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아마도 지금 유가하락세는 내년 4/4분기 정도에 가서야 그 효과를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클 잉글런드(Michael Englund) 액션이코노믹스(Action Economics) 이사는 "유가변화는 실제 소비행태보다는 소비자 및 기업신뢰도 서베이 결과에 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WSJ는 여전히 석유공급 여유가 적기 때문에 부분적인 공급축소 사태에도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소개했다.
스튜어트 호프만(Stuart Hoffman) PNC 파이낸셜서비스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유가가 3주 내에 다시 배럴당 70달러 선을 회복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얘기는 모두 없었던 얘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원유선물 가격을 보자면 시장은 유가가 연내에 다시 7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유가하락세가 길지 않았고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쿼터를 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만약 유가가 더 하락한다면 오는 12월 총회 이전에도 이들은 공급량을 임의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
◆ 물가안정 영향도 주목해야..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 후퇴 요인
한편 신문은 지금 당장 유가하락이 물가지표에 미칠 영향이 성장률 전망에 미칠 영향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Federal Reserve)은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에 주목하면서도, 계속해서 유가상승세가 여타 재화 및 서비스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을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유가하락은 소비경제를 부양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시켜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에드워드 맥켈비(Edward McKelvey) 골드만삭스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가격 하락세로 인해 헤드라인 인플레율이 0.4%포인트 하강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7월까지 12개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1%였다. WSJ는 맥켈비의 계산이 올바르고 다른 물가 역시 최근 추세를 견지한다면, 9월 인플레율은 2.4%까지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9월 물가상승률이 카트리나의 충격으로 왜곡되었다는 점도 부분적으로 물가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