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채권시장의 여건이 여전히 양호할 것이란 전망이 제출됐다. 유럽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일본이 여전히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유동성 공급자의 지위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요하임 펠스(Joachim Fels)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2006년 전망을 요약한 글로벌이코노믹포럼(GEF)의 보고서("Global: Monetary Transitions")를 통해 글로벌 채권시장의 관건은 "글로벌 유동성(과잉)"의 유지 여부에 있으며 이는 G3 중앙은행의 행보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내년 글로벌 채권시장은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와 현재의 추세를 형성한 힘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펠스는 올해 드러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예기치 못한 그리고 종종 '수수께끼 같은' 양상이 바로 그 핵심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강력한 글로벌 경제성장 및 단기 금리인상 지속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인 이유, 또한 오일쇼크와 연준의 긴축 지속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가 계속 성장세가 가속화되었는지 그리고 美 경상수지 적자가 더욱 확대되었는 데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이유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 수 있어야 향후 전망이 비로소 제대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펠스는 이상의 다양한 수수께끼 같은 양상의 핵심원인을 "글로벌 유동성 과잉"으로 꼽는다. 실제로 美 연준이 올해 들어서만 8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통해 이들 유동성을 어느 정도 흡수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는 12월초 금리인상 이전까지 사상 최저수준의 이례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GDP 대비 유동성 비중이 사상 최대규모에 이르렀다는 점을 그는 지적했다.이러한 글로벌 유동성 과잉이 글로벌 채권 수익률의 하향 안정화를 이끌었으며, 리스크 스프레드를 좁은 폭으로 누르고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주요인으로 설명된다.이렇게 금융여건이 완화된 것이 이제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확장추세가 지속된 이유가 된다. 그리고 연준이 유동성을 흡수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반면 유로화는 ECB의 공급으로 더욱 풍부해진 점을 감안할 때 달러화의 강세 추세가 전혀 놀랍지 않다고 펠스는 주장했다.◆ 금리인상 대열에 올라 탄 ECB그러나 2006년부터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기조가 크게 변화되어 글로벌 유동성의 규모와 구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서 이상과 같은 상황 역시 이에 따라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2006년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화추세는 이미 12월초 발생했다고 펠스는 강조한다. ECB가 5년만에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 그 출발점이다. 펠스는 이러한 금리인상이 내년까지 중립적인 통화정책 기조로의 접근을 위해 몇 차례 더 있을 금리인상 추세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즉 ECB가 1년반 전에 중립금리로의 접근을 시작한 연준과 같은 대열에 합세했다는 것이다.금융시장은 ECB 총재가 미리 금리인상 가능성을 분명히 예고한 덕분에 별다른 충격없이 이러한 움직임을 수용했지만, 펠스는 올해 글로벌 유동성의 최대 공급자인 ECB가 금리인상 추세를 개시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그는 이에 따라 누군가가 ECB를 대신해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지 않는 이상 내년에는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행이 ECB 바통 이어받을까일단 글로벌 유동성의 주도적인 공급자 후보로는 일본은행(BOJ)이 꼽힌다. 내년 봄까지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이 종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 정책은 2006년 동안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역할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펠스는 지적했다.그는 여기서 모건스탠리의 BOJ 와처인 사토 다케히로에 따르면, 2007년까지는 제로금리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디플레이션이 종료되고 은행이 부실채권 문제의 숲에서 벗어날 경우 화폐승수 효과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BOJ가 ECB의 바통을 이어받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한편 2006년에 BOJ의 행보는 연준의 도움의 손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연준, 금리정상화 사이클의 종료 예감... 인하 가능성 열려?12월 FOMC 성명서에서 연준은 이번 금리 정상화 주기의 종료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펠스는 연준의 이번 성명서 문구변화를 위와 같이 해석하면서, 더구나 만약 유로달러 선물시장의 예상이 맞는다면 2006년 한 두 차례 추가금리 인상 이후 하반기 어느 시점에선가 연준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마저 열려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또 그는 재무증권 수익률 곡선의 일부 역전상황의 전개가 약 4분기 이내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기서 펠스는 자신이 이미 이러한 수익률곡선의 행태가 2006년 하반기 미국경제의 급격한 둔화 내지 2007년 초반 일종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제출한 바 있지만, 이것이 모건스탠리 美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과는 별개의 개인적인 전망이라고 강조했다.이러한 펠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연준은 2006년 하반기에 다시 유동성 공급자로 지위가 변모하면서 BOJ의 조력자가 될 것이며 ECB의 긴축에 따른 유동성 흡수 요인에 대한 일부 상쇄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2006년 초반 채권수익률 상승, 그러나 조만간 고점 지날 듯펠스는 내년 초 연준의 금리인상 지속, ECB의 추가 금리인상 그리고 BOJ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 등의 동시 충격을 받으면서 글로벌 채권수익률은 초반 상승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그러나 그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시장의 관심이 다시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ECB의 긴축 중단 가능성 그리고 2007년 경기침체 가능성 쪽으로 이동하고 이에 따라 채권수익률이 고점을 지나 다시 하락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내년 상반기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반면 ECB는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인 만큼 유로존 국채보다는 美 재무증권 쪽이 아웃퍼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미국 채권수익률 곡선은 다시 스팁해지는 반면, 유로채의 경우 곡선이 평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펠스는 내년에도 글로벌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최소한 위험자산에 대한 급격한 매도 가능성을 완전히 억제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완충작용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