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상승도 하락도 제한되는 양상이다. 위아래를 제한하는 요인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위로는 매물 부담이, 아래로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있다. 한쪽으로 뚫릴만한 모멘텀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환율은 ‘1,170~1,190원’의 넓은 박스권이 차츰 강화되는 모양새다.목요일 환율은 전날보다 1.80원 높은 1,187.8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이번주 들어 상승과 하락의 엇갈린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이날 장중 고점은 1,192.00원, 저점은 1,186.9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5.10원. 12일 기준 환율은 1,188.90원으로 고시된다. 일본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에 대한 반영정도는 크지 않았다. 업체 네고물량을 비롯, NDF만기정산분, 외국인 주식자금 등 고점에서는 여지없이 매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역외세력도 최근 매수보다는 매도 쪽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여기저기서 1,190원대만 올라가면 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차츰 1,190원이 박스권의 상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외환당국의 강한 개입이 없을 것이란 전제하에서 시장 여건은 1,190원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금요일 환율은 달러/엔 환율의 큰 변동이 없다면 1,185원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장세가 예상된다. 주말을 앞두고 활발한 거래보다는 매물 공급 등이 일련의 하락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일 외환당국이 꾸준히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이틀 연속 대규모의 엔화매도 개입에 나설 정도로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다. NDF만기정산분 부담이 적지만 위로 1,190원대에 안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 매물 부담 상존, “1,190원대 팔자 득세”위아래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된다. 전날 급등 기운을 보인 달러/엔 환율은 한숨을 고르고 있으며 추가 상승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금요일 일본은행(BOJ)의 단칸지수 발표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도 있다. 달러/엔이 108엔을 다시 깨고 내려선다면 달러/원도 자연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환율 하락을 유도하는 요인은 수급 상황이다. 업체 네고물량이 꾸준히 유입되고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가 전날까지 이틀째 이어지면서 공급 요인을 축적했다. 역외에서도 최근 매도에 꾸준히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90원대는 ‘무조건 팔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수급상으로만 놓고 보면 공급우위가 확연하다. 엄장석 국민은행 딜러는 “환율이 물량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목요일도 워낙 매도가 많아서 ‘1,170~1,190원’으로 박스권이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요일은 NDF만기정산분 부담이 적기 때문에 많이 내려오긴 힘들 것 같고 1,185원을 테스트할 것”이라며 “이선이 밀린다면 전저점인 1,184원까지 밀릴 수 있고 위로는 1,188원이 막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순 기업은행 딜러는 “위에서 꽤 무겁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이라며 “달러/엔이 크게 움직이기 어렵다면 서서히 밀릴 것 같고 1,182~1,189원에서 범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전날 업체 네고물량이 꽤 많이 공급됐음에도 환율 반락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하방경직성이 형성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의 개입 강도 여부에 따라 1,190원대를 다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 외환당국 움직임 ‘주시’, “유일한 상승 변수”환율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변수는 정책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목요일 개입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시장참가자들의 지적처럼 ‘영리’하게 개입에 나서는 당국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NDF만기정산분 부담이 적은 금요일에 환율 레벨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홍승모 크레디리요네 딜러는 “당국이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NDF만기정산분이 없어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며 1,185~1,190원의 박스권 장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외환당국도 큰 폭으로 환율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의사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190원대 이상에서의 매물 부담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냥 끌어올리기에는 부담스런 형편. 현 수준에서 과도하게 끌어올리려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들어 10일까지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50%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기록, 연말을 앞두고 수출호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기존의 3.75%에서 동결했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약간씩 높아지는 분위기임을 보여줬다. 한일 외환당국의 행보는 계속 시장의 주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 10일 1조엔 가량으로 추정되는 엔화매도 개입을 단행, 3년 1개월 최저 수준까지 밀린 달러/엔 환율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레벨을 급히 올려놓았다. 그러나 전반적인 ‘달러 약세’ 기조를 반전시키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일 당국도 꾸준히 방어에 나서 달러/엔의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일 당국의 강력한 개입이후에는 당분간 시장 참가자들도 조심하기 때문에 달러/엔 환율 급락은 기대하기 힘들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