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이틀 만에 상승, 추가 지지선 찾기는 뒤로 미뤄졌다. 개장 전 기선 제압에 나선 외환당국의 개입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지배한 가운데 매물 부담 등이 이에 맞서 상승폭 축소를 유도했다. 전날 맥없이 1,190원을 내준 외환당국이 심기일전했다. 투기세력 응징이라는 뉘앙스를 지닌 강한 어조의 구두개입으로 환율 하락 시도를 원천봉쇄 했다. 장중에는 당국의 정책성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 오름폭 축소가 보합권까지 이르지 못하게끔 힘을 발휘했다. 다음날 역외선물환(NDF)만기정산분 규모가 상당하다고 알려져 선제적으로 레벨을 끌어올렸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시장 제반여건상으로는 달러매도 요인이 우세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추가 진전돼 달러/엔 환율은 107.50엔을 밑돌면서 3년 1개월 최저 수준을 경신, 107엔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당국 개입으로 올라간 고점에서는 차익매물 등이 쏟아졌으며 수급상으로 공급우위가 유지된 것으로 진단된다. 업체 네고물량, 외국인 주식자금 등이 공급됐다. 당국 개입에 기댔던 달러과매수(롱)포지션은 엔 강세 진전으로 손절매도가 감행되기도 했다. 역외세력은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하는 혼조세였다. 개장직후의 급등락세를 제외하고 시장 거래는 대체로 한산했으며 눈치보기가 횡행했다.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무리한 거래는 자제된 것. 홍승모 크레디리요네 딜러는 “개장전에 당국이 기선을 제압하면서 손절매수세가 나왔으나 시간이 가면서 매물 부담 등으로 손절매도가 이뤄졌다”며 “1,190원대를 비롯 반등시마다 업체 네고물량이 출회돼 상승폭을 줄이는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오늘과 달리 NDF만기정산분이 있기 때문에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일단 1,186원이 애매한 레벨인데 이 선이 확실히 깨지면 1,183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 급등 뒤 반락, 0.60원 상승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60원 오른 1,186.7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고점은 1,191.00원, 저점은 개장가인 1,186.5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4.50원을 기록했다. 10일 기준 환율은 1,188.10원으로 고시된다.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3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에서는 12억5,900만달러가 거래돼 총 30억6,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레째 30억달러를 웃돌았다. 당국 구두개입으로 전날보다 0.40원 높은 1,186.50원에 하루를 연 환율은 오름폭을 확대, 9시 36분경 이날 고점인 1,191.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고점 매도 출현으로 9시 50분경 1,187.80원까지 되밀렸던 환율은 당국 개입으로 추가 하락은 제한된 채 1,188원선에서 한동안 맴돌다가 1,188.2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188.1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1시 43분경 1,188.30원으로 올라선 뒤 차츰 되밀려 2시 52분경 1,186.70원까지 내려섰다. 그러나 다시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3시 29분경 1,188.30원까지 되올랐던 환율은 고점 매도로 1,187원선에서 한동안 맴돌았다. 이후 장 막판 손절매도가 급증하면서 환율은 1,186원선으로 되밀리며 마무리했다. ◆ 외환당국의 선제공격, “상승 뒤 약발 소진”외환당국이 개장 전부터 선제공격에 나서 당국 의지를 시장에 강력하게 전파했다. 시장에 완연하게 확산된 달러매도 심리를 잠재워 지지선을 좀 더 높이고자 나선 것. 재정경제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개장전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투기적 행태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NDF시장 동향에 주목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파했다. 당국은 외국인이 주식순매수에 대해 매수 헤지를 하지 않아 달러의 투기적 매도세가 상당하다는 식으로 개입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시장은 그닥 당국의 명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눈치. 이에 따라 개장초 1,190원대를 일시 회복하기도 했던 환율은 장중 힘이 빠지면서 강보합권까지 되밀렸다. 당국도 다소 체면을 구겼다. ◆ 달러/엔 37개월 최저, 외인 사흘만에 주식순매도미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했다. 9일 예정된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저금리기조의 유지 전망이 우세, 경상수지 적자 우려, 이라크 상황 악화 등과 함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 다른 주요통화에 대해 각종 기록을 양산해 내고 있다. 전날 뉴욕장에서 107.30엔에 마감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도쿄 오전중 강보합권에서 둥지를 틀었으나 오후장 들어 하락 반전, 한때 107.09엔까지 밀렸다. 그러나 일 당국의 개입 우려로 추가 하락이 일단 제한을 받은 달러/엔은 오후 4시 56분 현재 107.16엔을 기록 중이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 재무상은 이날 “미 경제가 확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엔화 움직임은 경제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나섰으나 달러/엔의 반등은 미미했다. 일 10월 기계주문이 전달보다 17.4% 증가, 당초 예상(4.9%)을 크게 상회했고 넉 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닛케이지수도 상승 반전, 엔화 강세에 오히려 힘을 보탰다. 엔/원 환율은 엔화 강세와 달리 원화 약세가 진전되면서 전날보다 레벨을 높였으며 이 시각 현재 100엔당 1,106~1,107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909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18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사흘만에 순매도를 나타내 달러매도 심리를 잠재우는데 일부 일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