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전날대비 10원 가량 급등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달러 약세 추세에 맞춰 하락 기운이 완연하던 외환시장은 예상치 못한 급등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시장 심리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그동안 달러매도에 치우쳤던 포지션에 대한 정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매물벽이 형성돼 강한 저항선으로 인식됐던 ‘1,150원’이 개장 초부터 손쉽게 뚫리면서 환율은 상승 속도를 계속 강화했다. 자율적인 반등이라는 인식이 강한 가운데 당국도 이같은 급등세를 활용, 레벨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등 모멘텀이 일단 확보되면서 당분간 환율 급락의 가능성은 희석되고 있다. 시장 심리가 차츰 이동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닥을 확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 환율 하락 기조가 방향을 바꾼 것은 아니다. 추가 환율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 ◆ 손절매수 득세환율이 6거래일만에 급상승, 3주 최고 수준까지 치달았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전날보다 10.70원 오른 1,157.90원까지 급등, 지난달 22일 장중 1,163.00원까지 오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중 35개월 최저 수준이었던 전날 1,144.80원에 비하면 13.10원이나 급등한 것.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이 너무 깊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던 가운데 달러/엔의 상승, 역외매수 등이 손절매수를 촉발에 깊이 관여했다. 이에 따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환율의 수직상승이 연출된 것. 더군다나 부시 미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달러 약세 기조의 강화가 예상되던 시점에서 이같은 장세가 나와 시장 심리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8일째 대규모 주식순매수를 감행하고 업체 매물 등 수급부담도 강한 반등에 크게 걸리지 않았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업체 네고, 매도 일변도의 포지션을 운용한 국내외 은행과 함께 환율하락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 당국 등을 감안하면 환율이 다소 반등모멘텀을 찾을 가능성도 품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하종수 외환은행 딜러는 “대부분이 달러매도초과(숏)상태였던 것이 반등폭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며 “역내외의 달러되사기(숏커버)에 의한 자율 반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체들도 그동안 워낙 많이 팔아놨고 결제를 미뤄왔던 업체들도 충분히 나올만한 레벨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내년 수출 대금까지 적극적으로 매도 헤지에 나섰던 업체들의 매물 공급 여력이 떨어졌다는 분석.◆ 당국 의도 적중 기미환율 하락을 지속적으로 틀어막았던 외환당국의 의지가 시장 심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 당국은 모처럼 환율이 급등하면서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최근 시장에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내며 환율 하락 방어에 나섰던 당국이 한숨을 돌린 것. 이날도 일부 정책성으로 추정되는 매수세를 유입, 환율 급등에 어느 정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심리의 흔들림을 활용, 달러되사기(숏커버) 유발에 일조했던 것. 환율은 일단 1,157원선에서 어느 정도 조정을 봤다는 인식이 있으나 외환당국의 움직임은 여전히 변수다. 시장 심리가 아직 불안한 상태라 달러/엔 상승 등에 맞춰 더 레벨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 ◆ 추세 전환여부는 “글쎄…”다만 이같은 상황의 반전이 추세 전환이나 심리의 역전을 가져온 것은 아닌 것으로 진단된다. 그동안 급락에 따른 ‘조정’이라는 상황 인식이 강하다. 하종수 외환은행 딜러는 “환율 하락 기조가 바뀌려면 기술적으로 1,163원을 뚫고 올라서야 한다”며 “추세전환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하순 선진7개국(G7)회담 직후 기록했던 1,163원이 추세 반전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 이와 함께 글로벌 달러약세 기조는 아직 유효하다. 부시 미 대통령의 아시아순방 등을 앞둔 국제 정치의 역학관계나 일본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적 인식 등이 달러/엔 환율의 하락 기조를 아직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 부시 미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이 이라크 지원 문제를 다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의 환율 정책이 내심 ‘달러 약세’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달러 약세의 멈춤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