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신경계가 팽팽하게 곤두서 있다. 아래쪽으로 밀고 내려서려는 시장과 이를 막아 시장 지배권을 쥐고 있으려는 외환당국간의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 시장 구도는 명확하다. 매물 부담과 글로벌 달러 약세가 하락 요인인 반면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요인들간에 접전을 이룰 지점이 '1,190원'이다. 지난달 하순을 접어들면서 형성된 박스권의 하단인 '1,190원'은 외환당국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지선 하향 움직임이 구체화된 지난주에도 '1,190원대'는 견고하게 지지됐다.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컸다. 지난주 환율은 전날보다 0.20원 오른 1,191.00원에 한 주를 마감, 앞선 주보다 11.10원이 떨어졌다. 원화는 일주일동안 0.92% 절상됐다. 지난주 장중 고점은 1,209.00원(12. 1), 저점은 1,190.70원(12. 4)으로 주중 변동폭은 18.30원을 기록했다. 8일 기준 환율은 1,193.40원으로 고시된다. 이번주는 대외변수의 변화가 우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달러 약세의 기운 속에서도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우려로 108엔이 강하게 지지됐던 달러/엔 환율이 107엔대로 몸을 낮췄다. 특히 전저점이자 추가 하락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에 거의 도달함으로써 향후 추이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수급상으로도 매물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역외선물환(NDF)만기정산분이 월요일부터 대규모로 예정돼 있어 시장은 그 무게감에 짓눌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주 NDF만기정산분 규모가 50억달러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이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상대가 외환당국이다. 당국은 일정한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계속 나서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면서 시장 매물 부담이 덜어지면 레벨을 끌어올리는 패턴의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국이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선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 당국이 언제 어떤 강도로 개입에 나설지 선뜻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도 꽤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당국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당국 의중을 제대로 읽어야만 하는 상황이나 최근 그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주 외환스왑시장의 개입 등을 통해 유추하건대 당국의 '힘'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월이후 당국이 NDF시장 등을 통해 개입한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 이번주 환율은 1,190원을 뚫고 내려설만한 여건은 조성돼 테스트 여부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하향선이 어디에 놓일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며 일부에서는 1,180원 테스트 가능성까지 엿보고 있다. 반면 위쪽으로는 당국의 개입을 감안하더라도 1,200원은 차츰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 시장예상환율 1,183.40~1,199.60원뉴스핌(Newspim)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 폴(Poll)을 실시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83.40원, 고점은 1,199.60원으로 집계됐다. 예상 저점과 고점 중에 최고치와 최저치를 뺀 나머지의 평균치는 각각 1,183.50원, 1,199.60원으로 단순평균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저점 예상치는 지난달 20일 장중 1,181.30원까지 내려선 이후 최저수준(참고: [환율전망표] 주간 환율 전망치)이는 지난주 장중 저점(1,190.70원)과 고점(1,209.00원)보다 양 방향 모두 낮아진 수치. 전반적인 박스권 하향이 시장의 주견해다. 여기에는 매물 부담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1,180~1,182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7명으로 가장 많아 1,180원대도 위협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각 4명씩 '1,184~1,185원'과 '1,187~1,188원'을 하락의 한계로 내다봤다. 위쪽으로는 6명의 딜러가 '1,200원'이 단단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5명이 '1,197~1,198원', 2명이 '1,195원'에서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지목, 대기매물 부담이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나머지 1명씩이 '1,205원'과 '1,21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당국의 고강도 개입이 나오면서 급등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둔 것. ◆ 매물 부담 지속, "NDF만기정산분 상당 규모" 이번주 수급상황은 단연 공급이 앞설 것으로 하나같이 내다보고 있다. 앞서 당국이 원화절상을 막기 위해 NDF시장을 통해 개입했던 것이 속속 돌아온다. 월요일에만 10억달러에 달하는 한편 이번주중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NDF만기정산분에 대해 시장에서 매물화되는 부담을 일정부분 덜겠지만 전량 흡수하기에도 벅찬 노릇이다. 단순히 만기연장하는 것도 문제의 해결을 뒤로 미룰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 안희준 스탠다드차타드 딜러는 "월요일 픽싱매물이 많은데다 연말까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국이 얼마나 흡수할 것인지가 관건이며 다음주 환율은 1,180~1,195원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스왑포인트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의 개입 여력도 예전같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차트도 다 깨진 상태라 이번주가 아니더라도 그 이후 1,170원에 갔다 와야 한다"고 예상했다. 정인우 도쿄미쯔비시 딜러는 "수급상으로 보면 1,195원 위에서는 매물벽이 있고 NDF픽싱으로 인한 하향 압력이 크다"며 "아래로 1,184~1,185원까지 내려설 여지가 있으며 1,198원은 단기고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환스왑포인트 급등으로 당국의 NDF개입에 따른 부작용이 있어 고점매도를 견지하는 것이 좋다"며 "이번주 향방에 따라 박스권이 1,170~1,190원으로 회귀하느냐, 당국이 양보안하고 1,190~1,210원으로 유지하느냐가 결정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도 아직 방향을 달리한 것은 아니다. 지난주 목요일 8거래일만에 순매도를 보이기도 했던 외국인 매매동향은 금요일에 다시 순매수 전환하는 등 달러 공급 요인으로서의 역할이 종결된 것은 아니란 견해가 우세하다. 업체들도 반등시마다 네고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의 개입에 기대 네고물량 출회를 뒤로 늦추기엔 대내외 요인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점매도가 무엇보다 유효하다. 일부 결제수요가 유입되긴 하겠지만 네고를 압도하기엔 턱도 없다. 그러나 매물 부담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된다면 주후반에는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구길모 외환은행 딜러는 "매물부담을 감안하되 주초 이틀 동안 집중되면 1,180원까지 밀릴 여지는 있다"며 "그러나 이후 매물 부담 경감으로 당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한다면 후반에는 1,190원대로 복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달러 약세 기조, "달러/엔 전저점 하향여부 주목"미국 달러화가 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 달러는 긍정적인 미 경제지표가 나와도 달러는 반응정도가 미약하며 근본적인 문제에 계속 천착하고 있다. 미 쌍둥이적자(경상적자,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각국간 금리차, 지정학적 위험 등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지난주말에도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2177달러까지 상승, 출범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도 그동안 강하게 지지됐던 108엔을 뚫고 한때 107.50엔까지 내려서 전저점 경신을 시도했다. 이선이 뚫릴 경우 달러/엔은 105엔대를 향한 뜀박질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경제회복의 관건으로 지목되는 고용지표가 기대보다 좋지 않아 미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확산됐다. 미 11월 실업률은 5.9%로 전문가들 예상치(6.0%)를 밑돌았으나 시장 시선이 주목됐던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5만7,000개 증가에 그쳐 예상치(15만개)의 1/3 수준에 그쳤다. 미 고용시장의 강한 회복을 확인해 주지 못했으며 시장의 실망을 자아낸 요인. 이번주에도 미 경제지표의 전반적인 개선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달러 약세 기조가 바뀔만한 모멘텀이 제공될 소지는 적다. 달러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미 정부의 달러정책 변화 등의 강력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지적. ◆ 당국의 하락 용인선에 '시선집중'이같은 매물 압박이나 글로벌 달러 약세의 기운이 명확하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정책변수다. 아니 오히려 더 시장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좌우하는 당국의 개입 강도에 따라 환율 등락이 드러날 수 있다. 개입 강도가 약해지면 자연스런 하락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환율은 반등 시도에 언제든 나설 수 있다. 1,190원 지지여부는 정부 개입이 관건이라는 관측과 함께 일본과 한국의 외환당국이 동반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당국이 맘만 먹으면 최근 장세에서도 드러났지만 장중에도 10원 이상 환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점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부담이다. 이주호 HSBC 딜러는 "포지션을 한번씩 흔드니까 시중 포지션 파악이 좀처럼 어렵다"며 "당국이 계속 막으니까 시장은 아래로 밀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래로 1,187~1,188원 정도까지는 막힐 수 있겠지만 위로 당국이 마음먹으면 다시 1,210원까지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번에 더 오르지 못하고 1,209원에서 막힌 것이 찝찝하다"고 덧붙였다.당국은 꾸준히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개입의 강약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모든 포지션을 알고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불공정한 게임이 형성돼 있는 가운데 당국은 시중 포지션이 무겁지 않을 때 강도를 높이는 전술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까지 당국의 거래형태는 일단 '1,190~1,210원'의 박스권에 가두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이는 또 달러/엔이 108엔을 지지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진 박스권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108엔이 무너진 채 시작되는 이번주는 1,190원 하회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당국이 낙폭이 마냥 확대되게끔 용인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지난주 당국이 의례적으로 단기 스왑포인트 급등에 대해 개입에 나선 것과 같이 앞서 NDF시장에 개입한 휴유증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개입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 딜러는 "단기스왑포인트 급등으로 NDF개입에 대해 눈치를 볼 것"이라며 "당국의 실탄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