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이 태풍 전야의 상황에 놓여 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지, A급 태풍이 휘몰아칠 지는 제반여건과 변수간의 조합을 좀 더 정밀하게 짜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환율이 연중은 물론 11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내려섰다. 완연한 환율 하락 기조 속에 당국의 환율 방어 노력은 쏟아지는 물량과 증시호조, 달러/엔 하락 등 전방위의 하락 압력에 굴복했다. 지지선으로 구축했던 1,175원, 1,170원이 차례로 붕괴된 것. 지난주 금요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50원 내린 1,169.5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는 지난해 7월 22일 1,165.60원이후 최저 수준이며 연중 최저치다. 장중 고점은 1,172.10원, 저점은 지난 1월 31일 1,168.60원이후 가장 낮은 1,169.50원으로 하루변동폭은 2.60원을 기록했다. 이날 기준율은 1,170.60원으로 25일 고시된다. 지난주말 역외선물환(NDF)환율도 2000년 11월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떠밀려 1,166.00/1,168.00원에 마감됐다. 시장은 일단 1,160원대에서 고민의 강도의 높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과연 당국이 현재의 수준에서 어떤 액션플랜을 가지고 대응할 것인지, 물량 부담은 얼마나 더 가중될 것인지 등에 대해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시장 구도는 '시중 물량 vs 당국 개입'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어떻게든 시장에 몸을 부대어보면서 매매 타이밍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시장예상환율 1,162.96~1,176.58원 뉴스핌이 외환딜러 12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 폴(Poll)을 실시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62.96원, 고점은 1,176.5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69.50원과 고점인 1,180.90원에서 모두 하향한 그림. 박스권의 전반적인 하향진단이 우세한 가운데 바닥 확인이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표] 은행권 외환딜러 주간환율 전망치)조사결과, 아래쪽으로 '1,165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명이 1,160원을 지지선으로 내다봤다. 이어 2명이 '1,158원'을 저점으로 지목, 1,150원대 진입을 예상하기도 했다. 나머지 2명은 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 '1,167~1,167.50원'을 하락의 한계로 내다봤다. 저점 수준만 살펴봤을 때 연중 저점(1,168.00원) 경신은 일단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타난 것. 위쪽으로는 9명의 딜러가 '1,175원'을 저항선으로 지목, 앞선 지지선에서 방향을 턴 한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명이 '1,179~1,180원'까지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1,180원 언저리의 물량 부담을 감안했다. 나머지 1명은 당국 개입에 의해 '1,185원'까지 급반등할 여지도 있다고 예측했다. ◆ 당국에 주목하는 시선환율 전망을 놓고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미묘하게 교차되고 있다. 연중 저점 경신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나 미끄러짐의 기울기와 반등폭 사이에서 다소간의 견해차가 상존하고 있는 것. 칼자루는 일단 외환당국에 쥐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이 현 수준에서 가장 부담스럽고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당국이다. 외국인 주식자금이나 월말을 앞둔 네고물량 등은 현 장세에서 어느정도 예상되는 변수지만 당국의지가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여부는 미지수이기 때문. 시중 물량부담을 당국에서 얼마나 흡수하고 어느 정도선까지 하락을 허용할 지를 판단하는 것은 당최 쉽지 않다. 무엇보다 당국 의중을 파악하고 개입 타이밍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정경제부는 일단 지난주 금요일 외평채 발행이란 카드를 내놓았다. 이미 예정된 것이었으나 당국으로서도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감안, 우선적으로 시그널을 전파한 것. 오는 26일 3년물 원화표시 외평채 1조원어치를 입찰하고 28일 발행한다는 것이 주내용. 재경부는 지난 6월 5일이후 이번 발행분까지 포함하면 5차례에 걸쳐 외평채를 발행하는 셈이며 발행한도는 2조8,000억원으로 준다. 딜러들은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이 나올 것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언제, 얼마만큼의 개입이 나오느냐다. 현 추세를 뒤집을만한 역량은 되지 못한다는 견해와 현 레벨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강한 개입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공존한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의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환율 하락을 막고는 있으나 약발이 신통찮은 것 같다”며 “외환보유액의 증가가 시장에서 흡수한 물량에 예상보다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도 “당국이 개입할만한 정서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혐의 등을 받고 있어 일단 조심스런 측면도 있기 때문에 바닥 확인 과정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한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조작국 얘기이후 구두개입이 나오지 않았으나 일부 주식자금을 팔아야 할 은행에서 사자에 나서는 등 이상한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1,160원대에서 제대로 잡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급락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개입이 강하게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딜러는 당국에서 희망하는 레벨이 1,180원대에 있고 현 수준에서 추가 급락은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당국에서 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매물 부담은 가중될 듯그러나 재경부가 발행키로 한 외평채 1조원규모는 지난주 나흘간 1조1,344억원에 달한 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월말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래저래 공급우위의 장세는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 특히 외국인 주식순매수 행진이 멈추지 않는다면 당국의 개입여력이 약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외평채 추가발행을 위해 국회동의를 받아야하는 처지에 내몰릴지도 모른다. 업체들도 하락 기조의 강화 속에 불안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전자업체 등의 일상적인 네고는 꾸준한 가운데 중소업체들도 긴가민가하면서 환율 문의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50억달러를 넘어선 외화예금도 언제든 현실화가 가능한 대기 매물로서 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억달러 이상의 하나로통신 해외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상환은 시장에 별다른 주목요인은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주식순매수가 많고 8월 수출도 양호하다는 전해져 현재로선 달러를 살 이유가 많지 않다”며 “당국도 물량앞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엔화 강세의 지속성 및 기타변수 이와 함께 아시아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역외매도세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주말 역외선물환(NDF)환율은 연중 처음으로 1,160원대로 밀렸으며 달러/엔 환율도 117엔대에서 거래범위를 낮췄다.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다다를 시점이나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전망의 개선으로 시장 개입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느 정도선까지 달러/엔의 하락을 용인할 것인지가 일단 최대 관건. 아울러 27일 베이징에서 예정된 6자회담은 수면아래 잠복한 요인이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일부 있다. 현재 조성되고 있는 외교적 평화해결이 강화된다면 원화의 추가강세를, 반면 회담결과가 좋지 않다면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원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 앞선 여러 가지 변수를 종합할 때 전반적인 시각은 달러/원 환율의 하락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한일 양국의 개입여부와 강도 등에 맞물림을 감안해야 한다. 시장 여건의 변화에 따라 신축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