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추세의 선상에서 바닥 확인에 나서던 환율은 보름여가 지난 시점에서 폭등세를 연출,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틀 동안 예상 밖의 강한 환율 급반등으로 10월 환율 전망치가 수정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단기 바닥은 확인했다는 관점이 강화됐다. 외환당국의 개입 등 내부적인 저항 요인과 아울러 그동안 환율 하락 과정에서 한 방향에 치우친 달러매도(숏)포지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다만 전반적으로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의 자장은 변화되지 않았다고 읽고 있다. 추세 전환여부도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10원 오른 1,170.5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달 17일 1,171.00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켰다. G7회담전 수준까지 회복한 것. 이틀새 무려 23.30원이 상승, 시장을 뒤흔들었다. 16일 기준환율은 1,169.50원으로 고시된다. 9월 국제사회의 합의가 가져온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은 아직 유효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번주 중 부시 미 대통령의 방일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 아시아통화 절상압력의 기제는 살아있다는 것. 이틀동안의 흐름은 ‘강력한 조정’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한 하락 추세는 일단 제동이 걸린 가운데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방향을 거꾸로 돌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추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1,180원’이 저항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1,180원을 확실히 뚫을 경우, ‘1,200원’을 향한 상승 추세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 시장예상환율 1,149.86~1,179.29원뉴스핌(Newspim)이 은행권 외환딜러 7명을 대상으로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 10월 전망을 재조사한 결과, 예상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49.86원, 고점은 1,179.29원으로 집계됐다. 앞선 9월 26일 조사시 저점 1,135.07원, 고점 1,162.33원보다 모두 큰 폭으로 상향했다. (※참고: [외환전망표] 10월 환율전망 수정치)이달들어 장중 저점(10월 13일 1,144.80원)보다 높고 고점(10월 15일 1,175.00원)도 상향한 그림. 단순평균에 의한 고점 예상치는 지난 8월 29일 장중 1,180.50원까지 올라선 이후 최고 수준인 것.조사결과, 아래쪽으로 각각 2명씩이 '1,150원', ‘1,154~1,155원’, ‘1,160원’을 수정 저점으로 예상, 전반적으로 ‘1,150원’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소수 의견으로 1명이 ‘1,120원’까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위쪽으로는 5명의 딜러가 '1,180원'이 저항선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이어 2명이 ‘1,175원'을 지목, 월중 고점에서 추가 상승 여지는 크지 않다고 관측됐다. ◆ 달러 약세는 아직 대세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약세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오히려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희준 스탠다드 차타드 딜러는 “큰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며 “역내외의 과도한 달러매도 포지션은 일단 마무리됐고 개입이 이를 받쳤으나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달러 약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은 1,180원 정도에서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외국인 주식순매수, 월말 네고 등 급락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1,120원까지도 바라본다”고 예상했다. 달러 약세와 관련해서는 일단 부시의 아시아순방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강한 달러 정책’을 얘기하면서도 중국과 일본에 미국 무역적자와 환율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언급은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요인은 이미 시장에 어느정도 반영돼 달러 추가 약세의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고상준 한미은행 딜러는 “일단 아시아순방길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 관망세 확산, "시장여건 재점검"환율이 G7회담 이전의 수준으로 회귀했으나 하락 추세가 방향을 바꾼 것으로는 진단되지 않는다. 이틀동안 달러매도(숏) 마인드가 잠수를 탔으나 아직 시장에 둥지를 틀고 있다. 언제든 하락 요인이 재부각되면 언제든 달러매도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당국이 적극 유도한 원-엔 디커플링(비동조화)로 인한 엔/원 환율의 부작용이 부각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정인우 도쿄 미쯔비시 딜러는 “시장 마인드가 아직 달러매수(롱)으로 돌지 않았다”며 “개입성 매수세만 아니면 10원 이상 빠질 수도 있고 외국인 주식자금을 감안하면 롱으로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추가 상승할 공간은 넓지 않고 월말경 개입 여력이 떨어지면 다시 아래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엔/원이 너무 높아 엔화대출이 많은 중소기업을 감안하면 더 올리기는 부담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최근 시장 견해가 양분되면서 1,150원을 단기 바닥으로 저점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엇갈린 전망도 있다. 이정욱 우리은행 딜러는 “당분간 급락은 없다”며 “달러 약세 흐름에 주목하되 향후 2주동안은 1,170원대 위가 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108.50엔까지 밀려도 1,160원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하루 1~2원 움직이는 정체장세가 대두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당국도 개입 등을 통해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역외의 손절매수를 유도하는 데 성공한 당국은 향후 추가 상승을 이끌어내는 것은 다소 부담이 있지만 하락을 제한하는 선에서 포지션을 가져갈 것이란 분석. 또 재신임 정국에 따른 원화 악재요인의 급작스런 돌발이 야기할 수 있는 환율 추가 급등은 당국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고 딜러는 “아직 추세 전환은 아닌자 방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며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계속 하락 추세를 유지하려는지 거꾸로 가려는지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현재 불안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에 한동안 안정을 찾기 위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생리다. 특히 역외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 규모가 불분명해 향후 얼마나 달러 매수에 나설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시장의 한편에 똬리를 틀고 있다. ◆ 국내 정치요인의 변수화 가능성, 손절매수의 가변성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에 따른 정치적 불안감이 정부 개입 강도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의 재신임을 둘러싼 측근 및 정치권의 부패스캔들과 정치개혁의 대립각이 커져 이에 따른 시장 혼란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강한 개입도 예상된다는 것.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5일 《주간 한국 경제》리포트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시장에 좋은 뉴스는 아니다"며 "정치적 혼란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부의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개입강도는 좀더 강력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시장의 원화 강세 기대를 돌려놓거나 글로벌 달러 약세 환경에서 원화만을 약세로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와 함께 최근 시장을 지배한 역외 손절매수와 관련, 이진우 농협선물 팀장은 한 칼럼을 통해 최근 주식순매수 행진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이 원화절상을 노린 공세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주식매수자금에 대한 환리스크 헤지나 역외선물환(NDF)만기정산 매수를 연기해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이 깊어 이를 커버하기 위한 달러매수가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역외의 손절매수가 시장에 당분간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