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한반도 60년 기록을 담은 다큐가 9월 2일 개봉한다.
- 영화는 전쟁·기지촌·민주화 현장 속 한국인의 얼굴을 사진으로 비췄다.
- 기록자와 아들이 서로를 찍는 장면으로 기억의 세대 계승을 보여줬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시대를 기록한 사진에서 가족으로 이어지는 기억까지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전 세계가 K문화에 열광하며 한국을 외치는 지금, 정작 우리에게도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의 얼굴이 있다. 지금의 모습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가난과 분단, 독재정권과 민주화의 시간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수많은 얼굴을 거쳐왔다. 그 찬란하면서도 아팠던 시간을 한 일본인 사진가의 카메라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하는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오는 9월 2일 개봉하는 '사진의 얼굴'은 60년간 약 10만 컷의 사진으로 한반도 현대사를 기록한 90세 일본 포토저널리스트 구와바라 시세이의 삶과 사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시작부터 강렬하다. 대학생들의 결연한 표정이 담긴 사진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어 구와바라의 목소리가 관객을 사진 속 시간으로 이끈다. 그의 내레이션을 따라 사진 한 장 한 장을 들여다보다 보면 단순히 오래된 기록을 보는 것을 넘어 당시 그곳에 존재했던 사람들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국전쟁 이후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부터 동두천 기지촌 여성들, 민주화를 외치던 대학생들의 시위 현장까지 그의 사진에는 한국 현대사의 밝고 어두운 순간이 함께 담겨 있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불과 수십 년 전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사진의 얼굴'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가 오래 시선을 두는 곳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얼굴이다.
구와바라의 카메라는 역사의 한복판에 선 사람뿐 아니라 거리와 시장, 일터 등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에게도 향한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들의 표정이 한 장의 사진에 남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그 사진들은 한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됐다.

특히 그의 사진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지점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시간을 기록했다는 데 있다. 오랜 시간 한국을 바라본 그의 사진에는 외부인의 시선과 시대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목격한 기록자의 시선이 동시에 담겨 있다.
사진 속에는 지금은 사라졌거나 완전히 달라진 풍경도 등장한다. 당시에는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었던 순간들이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오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한 시대의 모습이 됐다.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만을 골라 남기지 않았기에 그의 사진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독재정권 아래 민주화를 외치던 대학생들의 표정도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누군가는 결연하고, 누군가는 분노에 차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묻어난다. 영화는 이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사진 자체가 가진 힘으로 당시의 공기를 전한다.
60년에 걸친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한 나라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과거의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지금의 한국과 나란히 떠올리다 보면 같은 나라의 모습이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도 찾아온다. '사진의 얼굴'은 그렇게 과거를 보여주면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까지 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한국의 현대사를 따라가면서도 틈틈이 카메라 뒤에 있던 구와바라라는 한 사람의 삶으로 시선을 돌린다.
구와바라의 카메라는 한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진가로서 그의 출발점이 된 미나마타병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 현장을 기록해온 그의 작업이 함께 펼쳐진다. 영화는 한 사진가의 이력을 나열하기보다 오랜 시간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그에게 '기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들여다본다.
그 의미는 구와바라와 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한층 깊어진다. 특히 미나마타병 희생자 위령제를 찾은 구와바라와 아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아버지를 아들이 자신의 카메라에 담고, 구와바라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다시 사진으로 남긴다.
평생 다른 사람의 삶과 시대를 기록해온 사진가와 그 사진가를 기록하는 아들. 서로가 서로에게 카메라를 향하는 짧은 순간은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기록'의 의미를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한다.
이어 나란히 길을 걷는 부자의 모습에서는 누군가가 남긴 기록과 기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듯한 울림이 전해진다. 역사와 사진을 중심으로 흘러가던 작품에 가족의 이야기가 따뜻한 온기를 더하는 순간이다.

'사진의 얼굴'은 화려한 연출이나 극적인 장치로 감정을 밀어붙이는 영화는 아니다. 오래된 사진과 구와바라의 목소리를 차분하게 따라가며 한 장의 사진이 품고 있는 시간을 관객 스스로 들여다보게 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사진 한 장이 긴 설명보다 강한 울림을 준다.
90세가 된 구와바라와 그가 젊은 시절 남긴 사진이 한 영화 안에서 만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사진 속 시간은 멈춰 있지만 사진을 찍은 사람도, 그 안에 담긴 사람도, 사진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도 달라졌다.
전 세계가 K팝과 영화, 드라마를 통해 지금의 한국을 바라보는 시대다. '사진의 얼굴'은 화려한 현재 뒤편에 어떤 얼굴과 시간이 존재했는지를 조용히 꺼내 보인다. 60년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카메라를 향했던 구와바라가 이제는 또 다른 누군가의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모습처럼, 영화는 기록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기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