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종석 국정원장이 3일 특위에 이호남의 2019년 7월 필리핀 미방문 첩보를 보고했다.
-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이 14일 청문회에서 이호남을 필리핀 오카다호텔에서 만나 60만 달러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 국정원은 과거 DJ정부 불법 대북송금 부인으로 사법부 유죄 판결 받은 트라우마를 안고 논란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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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에서 드러나 임동원 등 처벌
국정원장 "이호남 필리핀 오지않아"
"돈 건넸다"는 증언과 결 달라 논란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불법 대북송금은 국가정보원에게 뼈아픈 과거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자처했지만, 정작 온 국민을 기만하고 발뺌하다 사법부의 철퇴를 맞았고 결국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대중(DJ) 정부 국정원은 2000년 6월 국방위원장 김정일(2011년 사망)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4억 5000만 달러(현재 환율로 6655억원)를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군사비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김보현 전 차장 대북송금 특검 진술) 보낸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의혹이 제기된 이튿날인 2002년 9월 27일 "국정원은 북한 측에 돈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 전혀 근거 없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에 "정략적으로 계속 이용할 경우 구체적 대응방침을 검토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하지만 새빨간 거짓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꾸려진 특검은 임동원 당시 원장과 핵심 간부들이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환전 편의를 봐주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2004년 3월 임동원 등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임동원 등은 대북 전선의 최일선에 선 직원을 김정일의 사금고로 향하는 돈을 환전하는데 동원한 사실까지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개인 명의'까지 제공토록 한 것이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는 국정원이 다시 대북송금 논란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이종석 원장이 직접 참석해 민감한 대북관련 정보를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3일 '기관보고'를 통해 경기도의 대북송금 논란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정원 내부 여타 자료들은 누락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을 방문하지 않은 정보, 쌍방울의 포괄적 대북사업권 획득을 비롯한 북한과의 협력사업 정보 등이 재판에 제출되지 않는 문건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같은 특위가 14일 개최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이 "2019년 7월 이호남을 필리핀에서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대가로 60만 달러를 줬다"고 밝힌 것이다.
방 전 부회장의 증언은 매우 구체적이다. 당일 초저녁 쯤 묵고 있던 마닐라 오카다호텔로 이호남이 찾아왔고, 호텔 후문에서 만나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있는 방까지 안내했다는 것이다. 준비해간 돈을 이호남에게 회장이 전달했다는 말도 했다.
이호남이 당시 필리핀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며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대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던 이종석 원장의 보고내용은 결국 검증대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국정원이 특위 보고를 하면서 "2019년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이호남이 필리핀이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첩보를 검증받아야 하는 국면에 처했다.
주목되는 건 이미 이런 논란과 관련한 사법적인 최종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란 점이다. 앞서 열린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도 유죄를 확정했다.
여기에는 이호남이 북한의 공작원으로 다수의 가명이나 위장 신분증과 여권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이호남을 본 사람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김성태 진술의 신빙성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게 수원고법 2심 재판부의 판단이기도 했다.
여기에 방용철 전 부회장의 매우 구체적인 증언까지 더해지면서 이종석 체제의 국정원은 논란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국정원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특정 인물이 어떤 시점이나 장소에 있었다는 걸 첩보와 정보분석으로 입증하는 건 비교적 쉬울 수 있지만, 부재(不在)를 증명한다는 건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위장과 기만전술에 능한 북한 대남공작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 원장이 기관보고에서까지 단정적으로 이호남 관련 정보판단을 공개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국면을 틈타 북한이 논란을 키울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북한은 DJ 정부 당시 불법 대북송금이 표면으로 불거지자 "특검제 강행은 현 북남관계를 동결상태로 몰아넣을 것"(2003년 3월 5일 조평통 보도)이라고 위협했다.
심지어 특검이 현실화 하자 2002년과 1997년 대선 기간 중 당시 한나라당이 대북밀사를 파견했고, 남북 간에 비밀 접촉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더 큰 폭로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북송금의 내막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꺼린 것이다.

대북정보 관계자와 전문가 그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무인기 침투 관련 유감 표명에 대해 북한 김여정이 6일 낸 담화에서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언급한 대목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국정원이 기관보고를 통해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대로 당시 이호남 관련 알리바이를 제시할 수 있다면 논란은 상당 부분 정리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석 원장이 왜 이 시점에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과 결이 다르고, 검찰 수사를 통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 나온 사건에 입장을 달리 했는지는 의문이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거대 야당 특위압박에 국정원 측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잊혀져가는 듯하던 22년 전의 불법 대북송금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누구보다 북한을 잘 안다고 자처해온 이종석 원장이 대북송금의 바다에 다시 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