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란 종전 기대감이 고개를 들면서 주식시장이 분기말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진정한 랠리의 조건으로 '빅테크 복귀'를 꼽고 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M7)'이 역대급 저평가 구간에 들어섰음에도, 확신이 부재한 지금 반등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 "이렇게 싼 적이 없었다"… M7 밸류에이션, 2015년 이후 가장 매력적
31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이란 종전 기대감을 적극 반영하며 안도 랠리를 펼쳤고, 매그니피센트7(아마존,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스, 테슬라)의 주가는 일제히 위를 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반등 흐름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로 M7 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대비 약 17% 하락하며 약세장(Bear market) 진입을 위협받고 있다.
대장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지난해 1월 고점 대비 약 33% 하락했고, 메타플랫폼(META)은 26% 이상 떨어졌다. 글로벌 AI 붐의 핵심인 엔비디아(NVDA)마저 작년 가을 이후 18%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M7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5배로, S&P500 평균인 20.5배 대비 프리미엄이 불과 5%에 그친다.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압도적 지위를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프리미엄이 축소된 '바겐세일' 구간이라는 평가다.
◆ 지정학적 위기·금리 상승에도 굳건한 AI 실적 펀더멘털
전문가들은 최근 기술주의 주가 하락이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제임스 라일리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장기적 투자 논리를 훼손하지 않는다"며 "국채 금리 급등으로 밸류에이션이 눌렸을 뿐 실적 기대치는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이 4월 말쯤 중대 고비를 넘기고 인프라 피해가 제한적일 경우, AI 테마가 다시 글로벌 증시의 핵심 동력으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제프리 부크바인더 LPL파이낸셜 수석 주식 전략가는 "1분기 S&P500 전체 이익 성장의 약 80%가 기술 섹터에서, 그리고 그 절반 가까이가 M7에서 나올 것"이라며 "AI 투자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섹터 비중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이들 대형 기술주의 주도 없이는 S&P500의 추가 랠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터보퀀트' 쇼크에 휘청인 메모리 반도체…시장에 필요한 건 '확신'
다만 기술주 전반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 섹터 내에서도 하위 업종별로 극심한 변동성이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 내내 증시를 주도했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2주 동안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개발한 새로운 '터보퀀트(Turboquant)' 알고리즘이 검색 시 요구되는 막대한 컴퓨팅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이 여파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샌디스크 등 주요 메모리 주식들이 급락했고, 관련 ETF에서 대규모 자금이 증발했다. 이는 올해 초 소프트웨어 업종이 겪었던 혹독한 밸류에이션 재조정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하르디카 싱 펀드스트랫 경제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번 메모리 반도체 급락이 작년 '딥시크(DeepSeek)' 사태처럼 매수 기회인지, 아니면 AI 시대의 '곡괭이와 삽(핵심 부품 및 인프라)' 역할을 해온 종목들의 내러티브가 변화하는 신호인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다가오는 1분기 실적 시즌에서 S&P500의 광범위한 랠리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AI 투자 생태계 전반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밸류에이션은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현재 시장에 가장 부족한 것은 주도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Conviction)'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