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소녀 '힌드'의 실제 구조 요청 음성 바탕으로 재구성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오는 4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평범한 일상의 균열 사이로 파고든 비극적인 울부짖음에서 시작된다. 동료들과 웃으며 하루를 보내던 상담사 오마르와 거듭된 야근으로 지친 라나의 일상은 전화 한 통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2024년 1월 29일 가자지구, 폭격된 차 안에 홀로 갇혔던 여섯 살 소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가족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던 '힌드 라자브 하마다 하누드'가 국제구호단체 적신월사에 구조를 요청하며 남긴 실제 음성 기록이 이 영화의 뼈대를 이룬다

전화기 너머 들려온 하누드의 떨리는 목소리와 귓가를 때리는 총성은 주인공 오마르를 무력한 인간으로서의 깊은 고뇌에 빠뜨린다. "제발 데리러 와주세요"라는 하누드의 한마디는 평온했던 오마르의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퇴근하려던 라나까지 이 비극의 연결고리에 동참하게 만든다.
영화는 아이를 구하려는 오마르와 라나의 절박함과 구조대원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원칙을 지켜야 하는 상사 마흐디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아이의 생명도 구조대원의 목숨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숭고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극적인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의 진정성은 세계적인 찬사로 이어졌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연 당시 영화제 사상 최장 기록인 23분간의 기립박수와 함께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이어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정치적 소재에 보수적이었던 아카데미조차 외면할 수 없었던 '화제작'으로 주목받았다.
영화를 보며 '과연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원초적이고도 뼈아픈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어떤 거창한 사상이나 이념도 한 사람의 생명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각국의 이득을 취하느라 정작 소중한 인류애가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 상황 또한 이 영화 속 비극과 결코 다르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포화 속 어딘가에서 살려달라는 누군가의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있을지 모른다. '힌드의 목소리'는 우리가 그 간절한 외침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경고하고 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