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서 마이크론 주가 10% 급락
바이어들의 구매 거부 현상, "정점 신호"
반론도 동시 제기, "레거시 제품 국한"
"AI 주도의 메모리 슈퍼사이클 아직 중반"
이 기사는 3월 31일 오전 11시02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장기적 수급 긴축 전망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메모리 스팟(현물)시세가 주요 품목에서 동시에 하락세로 전환하자 전문가 사이에서 가격 정점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의 주가가 10% 급락하는 등 메모리 관련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스팟가격 하락 전환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이자 트라이오리엔트의 리서치 부사장인 댄 니스테드가 인용한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24일까지 한 주 동안 DDR5·DDR4 규격별 스팟 평균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트렌드포스가 DDR5 대표 품목으로 추적하는 'DDR5 16Gb(2Gx8)4800/5600'의 스팟 평균시세 낙폭은 4%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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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은 DRAM(휘발성메모리)의 데이터 전송 규격이다. 이 규격에 따라 제조된 DRAM 칩을 기판 위에 여러 개 납땜해 조립한 완성품은 메모리 모듈로 PC 및 서버 메인보드의 슬롯에 장착된다. DDR 규격은 세대별로 DDR4·DDR5 등으로 구분된다. DDR5는 DDR4를 잇는 후속 표준으로 현재 PC와 서버에 주력 규격으로 적용되고 있다. DDR4 제품은 단계적 생산 종료 단계에 있다.
스팟가격이 반영되는 소매시장에서도 가격 하락세가 확인된다. 아마존 가격 추적 사이트 캐멀캐멀캐멀에 따르면 커세어의 벤전스 시리즈인 RGB DDR5 32GB 6400MHz CL36 모델의 가격은 379.99달러(지난주 23일)로 최고가 439.99달러(2월28일) 대비 14%가량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팟가격은 유통시장에서 즉시 거래되는 가격으로 수급 변동에 따라 일 단위로 변동한다. 스팟시장은 기업 간에 분기 등의 단위로 협상하는 계약 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 가격이 수급 변화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시장이 주목한다. 스팟 가격의 추세 전환은 기업 간 차기 계약 협상의 교섭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팟가격의 하락세 전환은 스마트폰 제조사 측의 이른바 '가격 거부'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스테드 부사장에 따르면 2주 전부터 스마트폰 제조사가 DDR4 가격 수용을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DRAM·NAND(비휘발성 메모리)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자 일부 제조사는 올해 중저가 기기 생산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계획까지 수립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점 신호?
니스테드 부사장은 최근 스팟가격의 하락세에 대해 메모리값의 정점 신호라고 주장했다. 바이어가 추가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현상은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서 고점 직전에 반복적으로 관찰된 패턴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수요 측에서 가격 저항이 나타나는 시점에는 대개 제조사의 증설이 이미 진행 중이고 신규 생산능력이 수년 뒤 동시에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것이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순환이다.
간밤 AI 연산 반도체용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 제품을 종합 제조하는 마이크론의 주가가 10% 급락한 것은 메모리값 정점 우려를 관련 제품군 전반에 반영한 결과다. HBM은 DRAM 칩을 수직 적층한 제품인 만큼 DRAM 가격 추세가 달라지면 HBM의 수익성 전망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NAND 플래시와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 스토리지 업체 주가도 급락했다.
메모리값이 종전까지 장기간 고공행진을 지속한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생산능력의 재배분이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는 한정된 DRAM 웨이퍼 생산능력을 DDR DRAM과 AI 연산용 HBM에 나눠 배분한다. HBM은 단위당 판매가가 DDR DRAM보다 월등히 비싸 수익성이 높다. AI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3사가 HBM 생산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결과 DDR DRAM에 배분되는 생산능력이 줄어들었고 공급 부족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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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테드 부사장은 최근 메모리 관련주 급락의 원인이 구글의 터보퀀트 발표가 아니라 메모리 스팟시세의 하락세 전환에 있다고 봤다. 터보퀀트는 AI 추론 과정에서 GPU(화상처리장치)에 탑재된 HBM의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알고리즘으로 지난주 발표 직후 메모리주 동반 급락을 촉발한 바 있다. 니스테드 부사장은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이 이 발표를 하락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나 그것은 표면적 재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박론I: "레거시 국한"
정점론에 대한 반박도 동시에 나왔다. 시트리니리서치의 주칸 최 애널리스트는 가격 저항은 DDR4 등 레거시 제품에 한정된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직전 DDR4 가격의 이례적 급등에는 중국 시장의 사재기 수요가 부분적으로 작용했고 스마트폰 제조사가 저가 기기 사양을 조정할 여지가 생긴 것도 DDR4라는 특정 부문에 한정된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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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칸 애널리스트는 현재 표준인 DDR5 시장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폰 및 PC 제조사는 올해 1분기는 물론 2분기에도 DDR5의 대폭적인 가격 인상을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DDR5 기반 주력 제품은 사양을 하향 조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DDR5는 계약 시장에서 가격 인상이 수용되고 있는 만큼 최근 스팟시장에서의 하락을 곧바로 추세 전환으로 연결 짓기는 이르다는 취지다.
그는 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사업 모델도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핵심 고객의 선수금과 장기 수요 가시성을 확보한 뒤에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구조로 과거의 맹목적 증설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반박론II: "아직 슈퍼사이클"
HSBC는 현재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진단하면서 AI 주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아직 중반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HSBC는 보고서에서 올해 AI 서버 출하량은 전년 대비 28% 증가할 전망이다. 또 올해와 내년 서버 1대당 평균 DRAM 탑재량도 17%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AI 추론 수요 확대로 기업용 NAND 플래시 기반 저장장치(SSD)인 eSSD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NAND 총수요에서 e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8%에서 내년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HSBC는 현재 국면을 1990~1995년 사무자동화가 촉발한 6년간의 DRAM의 구조적 공급 부족 국면에 비교하면서 대형언어모델(LLM)·에이전틱 AI·자율주행 등이 촉발하는 인프라 투자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최소 1~2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HSBC는 보고서에서 "어떠한 조정이든 추가적인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