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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시대유감 특별판 ①] 달러 벌어도 원화는 왜 약해졌나…"돈의 흐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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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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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자동차 수출 늘었지만 원화 약세가 이어졌다.
  • 주형환 전 장관은 돈의 흐름이 해외로 바뀌었다고 했다.
  • 해외투자 확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환율을 밀어 올렸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경상수지 흑자에도 해외투자 급증…달러 국내 환류 약화
주형환 "고환율, 위기 아닌 과도기…펀더멘털 대비 높은 수준"
"대기업엔 보너스·중소기업엔 청구서…산업·자본시장 구조개혁 필요"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늘고 조선·방산까지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상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의 공식이라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달러를 벌고 있는데도 원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 해외 생산기지와 연구개발 거점을 확대하고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을 늘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까지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나서면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서 원화로 전환되지 않고 다시 해외로 이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경쟁과 보호무역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제 환율은 단순한 외환시장 가격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투자환경,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와 국가 경쟁력을 함께 보여주는 종합 지표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윤동열 교수는 <뉴스핌TV> '윤동열의 시대유감' 특별판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주형환 전 장관과 함께 고환율의 구조적 원인과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었다.

[윤동열의 시대유감] 진행을 맡은 윤동열 경영학과 교수와 패널로 나온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jsh@newspim.com

 ◆ "현재 고환율, 외환위기 징후 아니다…돈의 흐름이 달라졌다" 

윤동열 교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50원까지 올라갔다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400원대 후반입니다. 2021년 1080원 수준에서 2024년 1290원대로 오른 데 이어 지금은 훨씬 높은 수준인데요. 지금의 고환율을 새로운 정상, 이른바 '뉴노멀'이라고 봐야 할까요.

주형환 전 장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은 단기적인 외환 수급 요인과 거시적·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나타난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현재의 고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당시에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해지고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환율이 급등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웃돌고 경상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환율이 1550원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무너져서라기보다 돈의 흐름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기업이 상품을 수출해 번 달러가 국내로 돌아오면 원화로 환전됐습니다. 지금은 기업이 해외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자산을 늘립니다. 개인도 미국 주식을 삽니다.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 원화로 바뀌기보다 국경 밖으로 계속 나가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국민연금만 해도 전체 자산의 60% 가까이를 해외에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경제가 AI 산업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우리 원화뿐 아니라 엔화나 유로화도 달러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이유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몇 가지 요인이 더해졌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리밸런싱에 따른 달러 환전 수요, 기업의 대규모 외화 조달에 따른 단기 수급 변화도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에 돈이 많이 풀려 있다는 점도 봐야 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저는 다소 늦었다고 봅니다. 광의통화인 M2가 지난 1년간 상당 폭 증가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과잉 유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달러 강세, 단기 수급, 국내 유동성, 국내보다 해외로 향하는 구조적인 자본 이동이 겹쳐 지금의 고환율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춰보면 현재 환율 수준은 다소 지나치게 높습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경상수지 흑자인데 원화 약세…"월급 들어오자 해외계좌로 자동이체" 

윤동열 교수

경제학에서는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수출도 늘면 달러 공급이 늘어 자국 통화가 강해지는 것으로 배웁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상수지가 흑자인데도 원화가 약합니다.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주형환 전 장관

환율에는 경상수지만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금융계정을 통해 투자 목적으로 오가는 돈도 환율에 큰 영향을 줍니다.

경상수지가 무역을 통해 실제로 벌어들인 돈이라면 자본·금융계정은 투자 때문에 움직이는 돈입니다. 최근 우리 국민의 해외 증권 순매수 규모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시기도 있습니다.

한 달을 놓고 보더라도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많지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는 규모도 상당합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개인의 미국 주식 투자, 기업의 해외 재투자가 더해집니다.

기업들이 앞으로 원화가 더 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수출 대금을 곧바로 원화로 바꾸지 않고 달러로 보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무역흑자가 매달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라면, 그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해외 계좌로 자동이체되는 것과 같습니다. 월급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면 국내 원화 계좌에는 잔고가 쌓이지 않습니다.

달러를 많이 벌고도 원화가 강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기업 해외투자는 불가피한 선택…"국가 전체로 보면 이익과 부담 공존" 

윤동열 교수

수출기업들도 환율이 계속 오르다 보니 달러를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 기업은 미국·유럽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연구개발이나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해외 진출이 국가경제에도 이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주형환 전 장관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 부분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관세 장벽도 있고 공급망 리스크도 있습니다. 현지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해외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국가 전체로 놓고 보면 이익과 부담이 함께 있습니다.

이익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고 관세를 회피할 수 있으며 현지 시장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고용 유발 효과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기업이 해외에서 번 달러를 현지에서 다시 투자하면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되는 달러 규모도 감소합니다. 그만큼 환율에는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기업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기업의 해외 재투자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자산까지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왜 한국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택하나…"수익률뿐 아니라 신뢰의 문제" 

윤동열 교수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 개인투자자들도 다시 미국 주식으로 이동합니다. 직장인과 청년뿐 아니라 은퇴자들도 미국 시장에 투자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됩니까.

주형환 전 장관

일정 부분은 합리적인 투자 다변화입니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국내 자산과 해외 자산을 나눠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투자 전략입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만들어낸 자금 이동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면 해외 투자가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준에 그쳤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주주환원이 낮고 정책까지 오락가락하면 단순한 분산투자가 아니라 자금의 '이탈' 성격을 갖게 됩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에서 미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일본 시장 비중이 상당했지만 지금은 미국 시장으로 완전히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왜 미국으로 갑니까.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은 기업, 실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시장이 투명하고 주주환원이 잘 이뤄지며 정책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높습니다.

한국도 그런 시장을 만들어야 국내 자금이 국내에 머물고 외국인 자금도 한국 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 국민연금 해외투자, 환율 상승 요인…"연금 수익성 훼손하지 않는 관리 필요" 

윤동열 교수

국민연금도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이 원·달러 환율에 얼마나 영향을 줍니까.

주형환 전 장관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다만 국민연금이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해외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방향입니다. 해외 자산을 살 때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영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하나는 전략적 환헤지입니다.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국면에서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확대하면 실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고 해외 자산을 살 때마다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면 달러 매수 수요만 계속 누적돼 환율 상승 압력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입니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살 때마다 외환시장에 직접 들어가 달러를 사는 대신 한국은행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면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수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투자 시기도 분산해야 합니다. 한 시점에 달러 매수 주문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해야 합니다. 국내 투자처만으로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해외 투자는 불가피합니다. 해외투자를 막을 것이 아니라 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좋은 기업은 있지만 좋은 시장은 아니다"…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 

윤동열 교수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에 대해 '좋은 기업은 있지만 좋은 시장은 아니다'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아닙니까.

주형환 전 장관

맞습니다. 그 표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을 상당히 정확하게 짚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개선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문제와 감사위원 선출, 집중투표제 등 여러 변화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문제는 관행입니다.

제도가 바뀌어도 이사회와 지배주주가 사실상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일반주주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이 우선되는 거래가 반복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사회의 실질적인 운영방식이 달라지고 주주와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기업의 성과가 주주에게 실제로 환원돼야 합니다.

다만 지배구조를 아무리 개선해도 투자할 만한 기업 자체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시장 매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잠재성장률 하락…좀비기업 구조조정하고 새싹기업 공간 만들어야" 

윤동열 교수

실제 주식시장을 보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투자할 만한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는 얘기인데요.

주형환 전 장관

그 부분이 잠재성장률과 연결됩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보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결국 국내에서 기대할 수 있는 투자수익률이 충분히 높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많다는 겁니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기업들이 진입해야 하는데 우리 경제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석유화학과 같은 일부 업종에서 생산능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지역과 기업별 진행 속도가 다르고 전체 산업으로 보면 구조조정이 상당히 지지부진합니다.

좀비기업이 퇴출돼야 거기에 묶여 있던 자본과 인력 등 자원이 새로운 기업,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잠재성장률과 투자수익률이 올라가고 투자할 만한 기업도 많아집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구조조정이 같이 가야 합니다.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을 늘리고, 그 기업에 투자했을 때 지배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이익도 함께 보호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윤동열의 시대유감] 진행을 맡은 윤동열 경영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jsh@newspim.com

 ◆ "코스피·코스닥 넘어 경제 전체 좀비기업 정리해야" 

윤동열 교수

정부도 코스닥의 저가주와 부실기업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과감한 구조조정이 가능할까요.

주형환 전 장관

코스닥이나 코스피 상장 여부를 떠나 우리 경제 전체에서 사실상 좀비 상태에 있는 기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거기에 묶인 자원이 새로운 새싹기업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잠재성장률이 올라가고 투자수익률도 높아집니다. 투자할 만한 기업도 늘어납니다.

동시에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기업이 만든 성과가 그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금이 국내에 머물 수 있습니다.

 ◆ 고환율이면 수출기업에 유리하다?…"이제 옛날 공식 아니다" 

윤동열 교수

과거에는 고환율이면 수출기업에 무조건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조업 구조에서도 이 공식이 유효합니까.

주형환 전 장관

이제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업종별로 다르고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과거 공식은 원화가 약해지면 한국 상품의 해외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조업은 원유와 원자재, 장비, 핵심부품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 생산합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은 증가하지만 원자재 가격, 에너지 가격, 부품 가격, 물류비도 동시에 오릅니다.

반도체나 조선처럼 부가가치가 높고 가격 협상력이 강한 업종에는 여전히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도 큽니다.

대기업은 환헤지 수단이 다양하고 납품가 협상력도 있습니다. 환율 변동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환헤지를 할 여력이 부족하고 제품 가격이나 납품 가격을 올릴 협상력도 약합니다. 환율 상승 충격을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같은 고환율이 대기업에는 '보너스'가 되고 중소기업에는 '청구서'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처럼 고환율이 제조업 전체에 뚜렷한 플러스라고 보기 어려운 구조가 됐습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환율은 밥상·전기요금으로 온다…"저소득층일수록 충격 커" 

윤동열 교수

환율 상승이 해외 유학이나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는 줄 알기 쉽지만 실제로는 생활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주형환 전 장관

환율은 결국 밥상과 전기요금으로 구체적으로 전달됩니다.

대략 세 단계의 경로가 있습니다.

먼저 원화가 약해지면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와 가스, 밀, 옥수수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갑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것이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를 끌어올립니다.

마지막에는 식료품 가격과 전기·가스요금, 교통비 등으로 가계의 지갑에 도착합니다.

여기에 해외 유학비, 해외 여행비, 해외 직접구매 비용까지 올라갑니다. 공식 물가지표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이 훨씬 클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부담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저소득층은 소득에서 식료품과 에너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환율 상승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이번에는 부채 부담이 커집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가까운 상황에서 부채가 많은 저소득 가구는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됩니다.

거시적으로는 과도한 유동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장적인 재정정책도 자제하면서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미시적으로는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에너지·식료품 등 표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에는 환변동보험을 확대해 환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 주가 떨어지고 환율 오르는 이유…"외국인 자금이 두 시장 관통" 

윤동열 교수

한국에서는 주식시장과 환율이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주형환 전 장관

한국의 주가와 환율이 함께 움직이는 핵심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이 두 시장을 동시에 관통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면 주식을 판 뒤 받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로 가져갑니다. 달러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릅니다.

반대로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위험이 커집니다. 그러면 한국 주식을 추가로 매도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주식 매도→달러 환전→환율 상승→환차손 우려→추가 주식 매도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고 경제의 대외의존도도 높습니다. 그래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연결이 구조적으로 강합니다.

국내 증시의 장기 성장성과 신뢰를 높이는 것이 단순히 주가를 안정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제 환율정책과 자본시장정책을 분리해서 보기 어려운 단계에 왔다고 봅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선진국 지수 편입하면 변동성 더 커지나…"시장 자체를 더 크고 깊게 만들어야" 

윤동열 교수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이 계속 논의됩니다. 외국인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면 지금보다 변동성이 커지는 위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주형환 전 장관

우리 자본시장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일부 대형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특징이 있습니다. 일부 기업의 주가 움직임이 전체 지수와 외국인의 리밸런싱, 심지어 환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투자할 만한 기업이 훨씬 많아져야 합니다.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은 성장하도록 하고 좀비기업은 퇴출시켜야 합니다. 새로운 성장기업들이 계속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기업이 늘어나고 시장 규모와 깊이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오더라도 특정 종목이나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의 영향은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내에 돈이 머물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높이는 개혁, 규제개혁 등 기본적인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 "달러를 얼마나 버느냐보다 국내 투자·혁신으로 돌아오느냐가 중요" 

윤동열 교수

결국 달러를 얼마나 많이 버느냐보다 그 달러가 국내 투자와 혁신으로 다시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한국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와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주형환 전 장관

한국 경제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다이내미즘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생산성이 낮아지고 잠재성장률도 함께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첫 단추는 기존 기업을 제대로 선별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새로운 산업, 특히 AI를 중심으로 미래 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과감한 산업정책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노동시장은 고용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유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규제도 풀어야 하고 정책과 규제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금융시장도 유망한 투자 대상을 제대로 선별하고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결국 이런 구조개혁을 통해 국내에서 투자할 이유와 돈이 머물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환율 안정에도 기여합니다.

특히 지금은 AI를 통해 모든 산업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구조개혁을 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윤동열의 시대유감] 진행을 맡은 윤동열 경영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jsh@newspim.com

 ◆ 윤동열 교수 마무리 

오늘은 환율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환율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과거에는 수출이 늘면 원화가 강해지고 기업이 성장하면 국내 투자와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기업은 해외에 투자합니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을 늘립니다. 개인 투자자는 미국 시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자본은 국경을 넘고 달러는 벌어도 국내에 머물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환율은 단순한 외환시장의 숫자가 아닙니다.

한국 경제를 국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지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원화의 가치는 수출액과 외환보유액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할 이유가 있는지, 자본시장이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지, 청년이 이 나라에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지, 세계의 자본과 인재가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는지가 함께 작용합니다.

환율은 원인이면서도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의 결과일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해법을 다루겠습니다.

정부의 외환시장 대응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국민연금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기업의 해외 자금을 국내 투자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자본시장과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윤동열의 시대유감 윤동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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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아베노믹스 끝났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다시 지난주 160엔 선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다"며 시장이 무질서한 변동성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는 지난달 31일 미일 양국이 엔화 급락을 막기 위해 전격적으로 단행했던 공조 환율 개입 때와 같은 시장 혼란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8일 달러/엔 환율은 다시 당국의 개입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160엔을 돌파하며 추가 개입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베선트 장관은 엔저 방어를 위한 일본은행(BOJ)의 연속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경기 부양책이었던 아베노믹스의 시대는 아마도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이 디플레이션 탈출에 성공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주도의 '다카이치노믹스' 단계로 이행했다고 분석하며, 규제 완화와 주주 친화적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에 대해 "우에다 총재를 15년 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는 뛰어난 경제학자다. 시장 흐름을 읽는 감각이 얼마나 탁월한지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 속에 통화정책과 관련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31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G20 회의 기간 중 우에다 총재와 별도 회동을 갖고 환율 및 금리 정책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막대한 무역 흑자를 강하게 비판하며 G20 차원의 대중 압박을 예고했다. 그는 "세계는 지속적인 1조 2천억 달러(약 1천656조 원) 규모의 글로벌 무역 흑자를 내는 중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회원국들에게 중국과의 무역 조건 재검토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강력한 무역 장벽은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 균형을 재편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직접 무역 상황은 개선되고 있으며, 양국 간 300억 달러 규모의 비전략 물품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에 앞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대면 회담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강력한 인공지능(AI) 모델이 비국가 주체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안 등을 포함해 중국 측과 매우 강력한 수준의 AI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 2026-08-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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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달구는 8가지 화두 이 기사는 8월 31일 오전 08시0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공지능(AI) 번역을 바탕으로 전문 기자들의 검증과 분석을 거쳐 생산된 콘텐츠입니다. 원문은 8월28일 블룸버그통신 기사(Carry Trades to Treasury Twists: A Guide to the Hot Debates on Wall Street)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잇달아 시선을 끄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투자자들은 올여름 한산한 시기를 누리지 못했다.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는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장기 차입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 기법에 눈을 돌리는 한편 당국이 반영해야 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거래 기법과 이론이 뒤섞여 제시되고 있다. 이에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들의 배경과 현재 상황,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본드 스티프너(Bond Steepener)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국채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며 올해 상승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장기채 보유에 대한 우려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해당 수준까지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장기물 국채 가치가 단기물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이런 현상은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으로 불린다. 재무부가 8월 10년물부터 30년물까지의 국채에 대한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런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해당 발표 이후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지만 골드만삭스그룹(GS)과 웰스파고(WFC)의 금리 전략가들은 장기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국가의 통화로 전환하는 고위험 거래를 의미한다. 신흥국 8개 통화 기준 블룸버그 누적 외환 캐리트레이드 지수 분기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이 거래는 신흥국 금리가 주요국 대비 높고 신흥국 통화가 달러, 유로, 엔 등 주로 차입에 활용되는 통화 대비 안정적이거나 강세를 보일 때 활발해진다. 이 거래는 7개 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2008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처럼 이 거래는 빠르게 반전될 수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는 잉글랜드의 헨리 8세나 로마 황제 네로처럼 금화와 은화에 구리 등 값싼 금속을 섞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이른바 화폐 개악(debasement)을 단행했던 역사적 사례에서 비롯됐다. 현대적 의미에서는 미국의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데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 구매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경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정책 당국이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한몫하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에 대한 논의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을 계기로 확산됐다. 이후 2026년 중반 베선트 장관이 엔화와 미국 장기 국채를 지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승인하면서 월가에서 다시 논쟁으로 떠올랐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계획 발표 전후 블룸버그 달러스팟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다만 달러 약세가 나타날 때마다 이를 모두 디베이스먼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이탈이 나타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디베이스먼트가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개념이라면 탈달러화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하거나 기업이 달러가 아닌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전세계 투자자들이 자금을 미국 밖 시장으로 이동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약 70%에서 최근 60% 미만으로 상당폭 낮아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장기적으로 달러 익스포저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가운데 유로화와 위안화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면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탈달러화 논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서 미국이 자국의 금융 시스템과 통화를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채권시장 규모도 세계 최대다. 달러의 우위는 시장의 깊이와 미국 경제 규모, 그리고 이를 진정으로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에 뒷받침되고 있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금융억압은 1973년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로널드 매키넌과 에드워드 쇼가 만든 용어로 정부가 저축을 국채나 특정 우대 차입자에게 유도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뜻한다. 이런 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됐다. 자본 통제, 금리 상한제, 금융기관의 국채 보유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 보유자들의 수익률을 낮춤으로써 정부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연준은 2차 세계대전 기간과 종전 이후 단기 국채 수익률에 상한을 뒀다. 이 조치는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 체결로 종료됐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베선트 장관의 국채 재매입을 정부 차입비용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억압의 한 형태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된 개념으로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있다. 이는 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대신 정부의 저비용 차입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 트위스트(The Twist) 베선트 장관의 재매입 전략이 실질적으로 장기채를 단기채로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면 이는 연준이 수십 년간 여러 차례 시행해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의 재무부 버전에 해당한다.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 포트폴리오 내 단기 국채를 장기 국채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였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이 트레저리 트위스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을 통해 단기 국채(T-Bill)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고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DB)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재매입 계획 발표 이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작됐다"며 "재무부는 시장에서 듀레이션을 제거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단기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사실상 "연성 금융억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를 베선트 풋(Bessent Put)이라고 부른다. 풋옵션은 매수자가 정해진 가격에 특정 자산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경우 시장에 대규모 매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트레이더들이 인지하고 있어 이에 맞서는 거래를 꺼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정책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기간 투자자들이 결국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관세 정책,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재임 당시 연준을 겨냥한 압박, 그린란드 병합 언급으로 인한 전통적 동맹 관계 훼손 등이 꼽힌다. 국가부채 증가와 같은 근본적인 취약 요인도 이런 흐름에 더해지고 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8월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지난해 약 8% 하락했다. 다만 해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발전에 힘입어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장기채 재매입 규모를 늘리려는 재무부의 조치는 시장 원리에 따라 금리 수준이 결정되도록 두지 않고 당국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과 이미 비교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영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RBC블루베이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지, 그리고 이것이 결국 연준에 금리 억제를 위한 압박으로 작용할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은 이런 압박에 맞서 독립성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의장이 오랫동안 자산 매입 활용과 재정·통화 정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해온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연준의 협조 없이는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가 차입비용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한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엇갈린 성과는 반면교사로 꼽힌다. 당시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수익률 방어에 나섰지만 그 결과 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8-3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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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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