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웹드라마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회당 10~20분이 '기본'이었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2~3분 내외의 초단편 서사로 승부하는 '숏폼형 드라마'가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K-팝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콘텐츠들이 이 변화를 선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1월, 글로벌 K-팝 숏폼 플랫폼 킷츠가 NCT 제노·재민 주연의 '와인드업'을 독점 공개해 이틀 만에 누적 조회수 300만회를 돌파하고 인기 랭킹 1위에 올랐다. 'Kinema Shortz'에서 따온 이름의 킷츠는 K-팝 아티스트와 결합한 프리미엄 숏폼 콘텐츠를 기획·제작·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영화적 완성도를 갖춘 숏폼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표방한다.
'와인드업'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는 고교 야구 투수가 전학생을 만나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스포츠 성장 드라마로, 넷플릭스 시리즈 '무브 투 헤븐'과 KBS '진검승부'를 연출한 김성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단순한 아이돌 홍보 콘텐츠가 아니라 검증된 연출진이 캐릭터 중심의 서사를 이끄는 구조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진짜 고급이다", "세로 화면 연출에서 영상미도 너무 잘 살린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킷츠는 2월 베리베리(VERIVERY) 강민 주연의 '점프보이 LIVE'를 잇달아 공개했다.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과학고 꼴찌 아웃사이더가 우연히 순간이동 능력을 얻어 '라이브 히어로'로 거듭나는 청춘 성장기를 그린 이 작품 역시 세로형 숏폼 화면에 최적화된 서사 방식을 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킷츠는 지난 27일 크래비티(CRAVITY) 형준 주연의 '킬 더 로미오'를 공개하며 포맷 실험에 또 한 번 새 장을 열었다. 이 작품은 본캐는 킬러, 부캐는 열성팬인 주인공 '나'의 새로운 타깃으로 최애 아이돌인 형준이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인터랙티브 멀티 엔딩 로맨틱 코미디다. 특히 시청자의 선택이 형준의 운명을 결정짓는 독특한 설정이 Z세대의 흥미를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숏폼 드라마임에도 하나의 엔딩에 도달하는 데 약 45분, 모든 경우의 수를 확인하는 데는 약 90분이 소요되는 탄탄한 볼륨감을 자랑한다.

세 작품 모두 회당 수 분의 초단편 분량이지만, 기획·연출·배우 면에서 기존 정규 드라마에 버금가는 제작 수준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드라마이면서도 아이돌 팬덤을 겨냥한 콘텐츠 마케팅의 성격을 동시에 띤다는 점에서 드라마·광고·숏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포맷으로 평가된다. 특히 '킬 더 로미오'는 '시청자가 이야기를 선택한다'는 인터랙티브 구조를 더해, 숏폼 드라마가 단순히 '짧은 드라마'를 넘어 게임·웹소설의 서사 방식을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반영한다. 방송통신위원회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도 숏폼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며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드라마 역시 유튜브 쇼츠·인스타그램 릴스·틱톡과 같은 방식으로 소비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21년 60조원에서 출발한 글로벌 숏폼 시장은 2026년 현재 187조원 규모에 육박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이준익, 이병헌 감독 등 충무로 유명 감독들도 숏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숏폼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2~3개월이면 제작이 가능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정규 드라마와 달리 실험적인 서사와 새로운 배우·연출진을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배우들에게도 공백기 없는 활동과 해외 인지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선사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다만 숏폼 드라마 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짧은 러닝타임으로는 PPL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렵고, 방송사 중심의 편성 체계와 대형 OTT들의 각축 속에서 짧은 포맷은 여전히 실험적 시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시장 전반으로 눈을 넓히면 단기간에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 연출로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콘텐츠도 적지 않아 숏폼 드라마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킷츠처럼 검증된 감독과 탄탄한 서사를 앞세운 '프리미엄 숏폼'이 이 같은 편견을 얼마나 빠르게 걷어낼 수 있느냐가 향후 시장 성장의 관건으로 꼽힌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