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미국의 지상군 파견과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중동 불안이 격화되며, 국제유가가 또 다시 급등했다.
그간 유가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치솟는 유가를 억누르기 위해 앞으로 어떠한 수단을 동원할 지 주목된다.
향후 이란 사태의 전개 향방에 따라 에너지 시장이 단기 안정화되거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는 상반된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가운데, AI 도구를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꺼낼 수 있는 유가 안정 카드는 무엇이 있을 지 예측해 보고자 한다.
◆ 트럼프 행정부가 쥔 '유가 불안정 완화' 카드
① 전략비축유 방출 및 공조
전략비축유(SPR)의 대규모 방출 방안은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과 연계하여 비축유를 동반 방출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할 수 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32개 회원국은 보유하고 있는 전략비축유 총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IEA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공동 방출 조치이나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다른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IEA의 회원국 중 하나인 미국의 비축유는 4억1500만 배럴로, 전 세계가 4일 이상 소비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전략비축유 가운데 약 1억7200만 배럴을 120일에 걸쳐 시장에 풀겠다고 밝혔다.
② 존스법 유예를 통한 물류비용 부담 경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을 자국 선박으로만 제한하는 '존스법(Jones Act)'을 일시 유예해 정유사들의 물류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놨다.
앞서 미국 내 공급을 늘려 단기적인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 제한 카드도 거론됐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카드를 배제하며 시장 불확실성 차단에 나선 상태다. 미국은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핵심 수출국이고, 국제 가격은 브렌트유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미국산 수출을 막으면 오히려 세계 시장의 공급 불안을 키워 국제유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③ 연료규제 완화, 원유 생산 가속, 유류세 부담 경감
에너지 시장의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인 '시추하라(Drill, baby, drill)'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연방 공유지의 임대 확대와 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원유 및 가스 생산량을 늘려 가격 하락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연료 규제 완화 조치도 나왔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3월 말 여름철 휘발유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 E15와 E10 판매 제한을 완화했는데, 이는 주유소 공급 확대와 소비자 선택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이런 조치가 일부 지역에서 갤런당 10~25센트 안팎의 가격 완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는 원유 자체의 급등을 상쇄하는 보조 수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연방 유류세 인하 또는 면제 카드도 동반된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원유 가격, 정제 마진, 유통·마케팅 비용, 세금으로 구성되며, EIA는 원유 가격이 통상 소매 휘발유 가격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 체감 가격을 빠르게 낮출 수 있지만, 국제 원유 수급을 바꾸는 정책은 아니어서 유가 급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진 못한다.
④ 러시아 제재 유동적 조정, 대이란 압박 확대
또 하나의 선택지는 제재 운용 조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대이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산 원유 제재나 해상 운송 관련 제한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단기 공급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미국은 후티 반군의 물류 교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외교·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추가적인 상선 공격이 발생할 경우 그 배후인 이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 역시 후티 반군이 군사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가차 없는 타격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상태다.

◆ 향후 발생할 수 있는 '3대 시나리오'
시나리오① 단기 충격 '수주 내 정점 찍고 안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지금의 충격이 수주 내 정점을 찍고 점차 진정되는 경로다.
최근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 우회 파이프라인(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수출을 이미 최대 700만 배럴/일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또한 지난 3월 11일 전략비축유(SPR)에서 1억 7200만 배럴 방출을 전격 명령, 120일에 걸쳐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후티 반군의 공격이 홍해의 좁은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대형 유조선 통항을 완전히 막는 수준까지는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싱가포르계 대형 은행 UOB는 이란이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브렌트유는 2026년 2·3분기 80달러, 4분기에는 70달러 선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나리오②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 '이중 봉쇄'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세계 양대 에너지 해협이 동시에 봉쇄되는 경우다.
이란 군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군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거나 지상 작전을 단행할 경우,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의 선박 통항을 차단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후티가 홍해 항로를 통한 초대형 유조선(VLCC) 운항을 막으면, 하루 500만 배럴의 추가 차질이 발생하고, 전 세계 공급·수요 불균형은 하루당 16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시장의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호르무즈 봉쇄가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연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로 상향 수정했다. 매쿼리 그룹은 사태가 6월까지 이어지는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200달러에 달할 확률을 40%로 제시했다. 우드 맥킨지도 150달러를 가시권에 넣으며 200달러가 "가능성 밖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나리오③ 트럼프 초강수 '가격 통제와 시장 개입'
시장이 통제 불가 수준으로 치달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꺼낼 마지막 카드는 직접 개입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측근들은 원유 수출 제한, 가격 통제, 재무부의 선물 시장 직접 개입 등 초강수 옵션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와 미국 에너지부 등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현재 미국은 SPR 방출, 미개발 광구 긴급 리스 확대, 제재 원유의 일시 해제 등 모든 실행 가능한 옵션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 수단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가격 통제는 1970년대 석유 파동처럼 오히려 공급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고, 수출 제한은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 이중 가격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연방정부 예산법에 따라 2031년까지 SPR에서 약 1억 배럴을 추가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한 트럼프 행정부의 '탄약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 시나리오별 인플레이션·금리 파급효과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수는 연준(Fed)의 딜레마다.
UOB는 "브렌트유 80달러 선에서도 미국 물가 상승세가 끈적해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지연하거나 연내 인하 자체가 불가능해질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가 3월 브렌트 평균 100달러 이상을 예상한 가운데, 실제 현물 가격도 이미 세 자리를 넘어섰다. 에너지 비용 급등이 수개월 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 자체가 최대 정치 리스크로 부상할 전망이다.
결국 유가 궤적의 향방은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느냐, 그리고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가 일일 1600만 배럴 공급 블랙홀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공급망 불안을 잠재울 카드들이 수요·공급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xx17@newspim.com













